안경
부모님에게 받은 몸으로 부족하여 단 하나 더 붙인 게 있다
내 삶의 부속품 하나다
안경을 쓰기 시작한지가 스무해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제 적응되고 습관이 됐을만도 한데
아직도 내가 가장 잘 잃어버리는 것이 안경이다
어디 가서 좀 자세히 보려면 안경이 필요하다
차의 게기판이 안경이 없으면 숫자를 읽을 수가 없다
전화기 숫자 누를 때.
누구한테 전화 왔는지 확인할 때
지하철 노선도 볼 때
인사하고 명함 받을 때
신용카드 쓸 때
손톱 발톱 깎을 때
식당에서 메뉴판 볼 때
쓰일 용도가 많으니 자주 꺼내야 한다
안경 하나 둘로는 아예 감당이 되지 않아 여러 개를 가지고 쓸 수 밖에 없다
엊그제 안경점에서 3개를 새로 맞췄더니 휘둥그레지면서 값을 깎아준다
얼마전에 안압이 높아 백내장 염려가 된다기에 수술을 했는데 그 후로 시력이 좌우가 달라졌다
당연 좌우 렌즈를 짝짝이로 넣어야한다
나는 안경을 곳곳에 놓고 쓴다
그만이 아니고 가방속에 하나, 주머니 속에 하나, 차 속에 하나, 컴퓨터 옆에 하나, 침대 옆에 하나, 또..
그래서 안경이 여럿이다
외출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안경이다
또 자주 잃어 버린다
구청에 가서 잃어버리고
은행에 갔다가 잃어버리고
옥순봉 전망대에 갔다가 산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잃어버리고
시 낭송회 갔다가 잃어버리고
언젠가는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어느 구석에 숨었다가 나오기도 한다
누워서 책을 볼 때는 안경다리가 얼굴을 눌러서 여간 귀찮지가 않다
한쪽 다리를 떼어내고 걸치고 보면 좀 수월하다
불편이 발명하게 한 나만의 비책이다
좀 무거운 안경은 코걸이가 콧등을 눌러 벌겋게 달아오른다
안경다리가 조여 오래 있으면 의외로 뇌에 압박이 온다
너무 느슨하면 콧등 아래로 흘러 내린다
귀찮게하는 게 한 둘이 아니다
사기도 많이 산다
박람회에 가서 사고
독일 여행중에 사고
이태리에서 또 사고
다초점 안경이라고해서 사고
그런데 다초점 안경에는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다
글씨를 보려면 부족하고 먼거리를 보려면 어질거리고
이제 내 삶의 편린이 되어 버린 일부다
내 살인양 안경 다리를 만지작 거리는 버릇까지 생겼다
요즘 책의 활자가 작아서 읽기 불편하다
내가 시집을 낼 때는 폰트를 12t 이상으로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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