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전화 한 통

아리박 2011. 11. 9. 17:16

   전화 한 통

                    박 영 대

              - 종환이 조카님 영전에 -

 

나이 많은 외갓집 조카 부음 받은 날

들뫼보 물 건너던 아득한 시절로 돌아가

돌아가신 어머니 치맛자락 졸졸 따라가고 있다

 

외갓집밖에 갈 곳이 없던 밑 터진 시절

한나절을 걸어서 다름질치고

바지 걷고 건너면서 물놀이였다

 

낮달같이 쥐어 준 외삼촌 할아버지 곶감 하나가

방학 때 기쁨이었다

 

나 어린 삼촌 온 동네 델고 다니며

우리 집에 손님 왔다 자랑해 주던

철부지 신명이 목에 걸린다

 

자취방 빌려 쓰던 꽁꽁 언 외지 광주

연탄불에 밥하고 된장국에 꿈 풀어 끓여주던 나 많은 조카

없어진 학동 기찻길이 더 길어 보인다

 

무세월을 무소식으로 지내다가

전화 한 통으로

어머니께 먼저 보내 드린다.

 

** 자주 전화 없던 친척이 갑자기 전화 오면 아차 일 났구나

    부음 소식에 찬 소름이 전화선을 타고 온몸에 퍼진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세상살이 노곤하다 해도 이래서는 안

    되는데 친척끼리 무소식으로 지내다 덜컥 소식 접하고서는

    막연한 그리움에 또 후회해 본다.

    조카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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