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 / 박영대
화로에 아버지가 탄다
나뭇짐 한짐 지고 고갯길 오르내린 아버지
아스라지도록 쪼개진 장작
도끼날 온 몸으로 받은 상처
아물 틈도 없이 화구에 묻힌다
피란 피 다 거두어 가고
뼈란 뼈 다 백탄되어 가고
타다 남은 무명의 가벼움
콧김같은 더운 바람이 되어
다 태운 재 다시 태우고 있다
겨울이 어디 생명으로 오던가
타고 남은 숯뼈 조각조각 추려내
행색 검어도 투명으로 태우는 바람
꼭 지키려는
일념 한가지
타고 남은 숯으로 남기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 화로를 품에 안고 한달여를 불 지피고 부채질을 하고
공기 구멍을 내고 밑자리를 만들고 불쏘시개를 준비하고
불젖가락으로 불씨 골라내어 부삽으로 재에 묻어 주기 놀이에 빠져 살았다
이를 본 아내가 `화로 다 닳겠네'
그러면서도 이내까지 시 한편을 만들지 못하다가
궁리끝에 겨우겨우 만들어 낸 것이 이 졸작이다
아버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