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스크랩] ‘흙에 살리라’ 낭만만 꿈꾸다간 다시 짐 싼다

아리박 2009. 8. 4. 10:41

농사만으로는 돈벌이 적고, 가족 동의 얻는 것도 쉽지 않아
도시적 생활습관, 어설픈 친환경 … 주민과 갈등 겪다 떠나기도

23일 경북 봉화군 비나리 마을에서 귀농인 송성일(47)씨가 텃밭에 목초액을 뿌리고 있다. 귀농 13년째인 송씨는 이웃과 더불어 살며 융화하는 노력을 귀농의 성공 조건으로 꼽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봉화군은 경북의 대표적인 산간 오지 중 한 곳이다. 그러면서도 중앙고속도로가 난 이후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도착할 만큼 접근성이 괜찮은 지역이다. 땅값도 싼 편이다. 거기다 봉화군은 100만원 이사 비용 지원, 300만원 빈집 수리비 지원 등 적극적인 귀농 정책을 펴고 있다.

그래서 봉화군은 경북의 23개 시·군 중 귀농자가 가장 많다. 지난해에만 85가구가 귀농했고 2007년엔 112가구나 된다. 이 숫자는 전국에서도 수위를 다툴 정도다. 그렇다고 봉화를 찾은 귀농자가 모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착에 실패한 뒤 다시 봉화를 떠난 귀농자도 많았다.

올해로 귀농 13년째를 맞는 송성일(47)씨는 1997년 9월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 청량산 자락의 비나리 마을로 귀농했다. 화가인 아내와 고추농사를 지으며 비나리 농장을 운영한다. 관북비나리 팜스테이와 녹색체험마을을 통해 도시민과 산골 문화를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송씨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다 귀농해 ‘서울대 출신 농부’로도 불린다.

그는 먼저 귀농했다는 이유로 많은 귀농 지망생을 만나 귀농 상담 역할을 자의 반 타의 반 하고 있다. 그는 비나리 마을과 인근에서 만난 귀농자들 중 실패하고 떠났거나 안타까운 동료의 사연을 떠올렸다. 대부분 40대로 출신 지역이나 직업은 다양한 편이었다.

비나리 마을에는 땅을 사 놓고 도시를 왔다갔다 하는 귀농자가 많은 편이다. 농사로는 돈벌이가 시원찮아서다. 귀농자 A씨는 서울에서 전세금을 빼 봉화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그리고 남들처럼 콩과 고추를 심었으나 소득은 기대 이하였다. 그러자 2년 만에 봉화를 떠났다. 문제는 사들인 땅을 되파는 것이었다. 사들이기는 쉬운데 팔기는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묵혀 두고 있다. 송씨는 “도시에서 뛰어들면 농사 기술이 떨어지는 데다 농민들도 잘해야 본전인 게 농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 번 전원생활을 맛보면 끊지 못하는 중독성이 있어 도회지로 되돌아가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도시의 빡빡한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귀농한 지 5년쯤 되는 B씨는 가족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경우다. 그는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봉화에 어느 정도 정착한 뒤 가족을 데려올 심산이었다. 2년간 서울과 봉화를 부지런히 오갔다. 하지만 자녀들의 교육 문제 등으로 끝내 가족의 동의를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동네에서 혼자 산다. 최근에는 소득이 적어 농사도 그만두었다. 대신 중장비를 배워 포클레인을 시작했다.

학원을 운영하던 C씨는 귀농한 지 1년 만에 서울로 되돌아갔다. 3000만원짜리 트랙터까지 구입해 의욕적으로 수박과 콩을 심었다. 그러나 주민과 마찰을 빚으면서 농촌을 떠나야 했다. 성격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게 문제였다. 일부 이웃 농민이 나이가 한두 살 위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말을 놓은 것이다. 그는 당신이 나를 언제 봤다고 말을 놓느냐며 따지고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별나다’며 주민들의 눈 밖에 나게 됐다. 결국 트랙터를 1년 만에 절반 값에 처분하고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귀농에 실패하면서 재산 손실마저 적지 않게 생긴 경우다.

봉화군에서 귀농 업무를 맡고 있는 농업기술센터 김규하(42) 계장은 “농촌은 다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인색한 편”이라며 “새벽 4∼5시에 일어나 들에 나가는 농민들은 귀농한 젊은이들이 습관이 안 돼 해가 중천에 뜨도록 집에 박혀 있으면 그 자체가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을 앞세워 농약 치는 농민의 무지와 탐욕을 비난하는 어설픈 자연주의자도 문제를 일으키는 한 부류라고 한다. 농촌에 빨리 정착하려면 친화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 계장은 “귀농이 수많은 선택 가능한 생업의 한 가지일 뿐이라는 냉정한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농, 이런 생각하면 실패한다

·전원생활은 도시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농사도 머리만 잘 쓰면 큰돈을 번다
·작목 선택이나 재배, 판로 개척은 쉽다
·고급차 몰아도 이웃 농민을 의식할 필요 없다
·친환경이나 자연주의를 모르고 농약을 치는 농민은 무지하다
·기반을 닦으면 가족을 설득해 데려올 수 있다

출처 : 횡성주말주택[농장]
글쓴이 : ^전원생활 귀농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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