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스크랩] 귀농을 준비하는 님들을 위한 제언 (조한규님 글)

아리박 2009. 8. 4. 10:46
간간이 귀농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면담요청을 받고 별로 내키지 않는 시간을 내곤 한다. 그들과의 시간이 그리 탐탁하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그런 시간을 많이 가져 왔던 이유도 있지만 대화의 흐름에서 새로움을 별로 느끼지 못해서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반복되는 실망감으로 농촌의 미래를 더욱 절망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도 같다. 무수히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 속에서 자라오면서 귀농을 생각해 왔을 그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게도 비슷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떤 작목을 해야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까 ?

자연농업은 과연 현실적으로 얼마만큼의 가능성이 있나요? 자연농업으로 생산하면 잘 팔립니까 ? 아이들 교육까지 염두에 둔다면 연 얼마의 소득이 필요한데 겨울농사는 무엇을 지어야 할까요? 유리온실은 운영이 힘들다고 그러는데 다른 고소득 특용작물은 없습니까? 등등.

그런 질문이 진행된 다음 좀 흥미로운 질문이 이어지길 바라지만 더 이상의 말은 없다. 나는 그들의 질문에 무엇 하나 자신감 있게 답변을 할 수 없었는데 그들은 이내 답변에 확신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대화에 호기심을 상실하고 자리를 뜰 궁리를 한다. 그쯤되면 대화의 맥은 풀려 ‘이 사람에게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은 잘 먹히지 않을 거야’하곤 나 자신도 어줍잖은 마중을 하고 뒤돌아서게 된다. 간혹, 자신이 귀농을 해서 농촌지역을 부농(富農)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계획까지를 수립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왠지 그들의 말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귀농하면 정말 행복할까요?”

귀농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서 정말 듣고 싶은 질문이었다.
대부분 자신이 모색하는 새로운 길 ‘귀농’과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행복’과는 아무 연관성조차 발견하지 못하는 듯하다. 귀농은 또 하나의 돈벌이를 위한 선택일 뿐, 아니면 사회적 참여 차원의 선택일 뿐. 그들은 ‘자연과 조화된 삶의 양식’을 회복한다든지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회복한다든지 하는 정말 근원적인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나는 귀농이 살아남기 어려운 선택임을 그래서 귀농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다.
귀농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 농촌의 실상을 여러 소식을 통해 접하고 농촌이 이렇게 된 것은 어떤 문제 때문이라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자기 나름대로의 대안을 생각해 두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농촌에서 뼈가 굵은 그 분들 정도만 따라가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안도감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농촌의 실상을 파악할때 농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농촌의 변모한 생활양식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귀농인들은 귀농해서 어떤 생활양식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 무관심이 귀농의 정착을 어렵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농민들의 생활양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환경적인 측면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으로도 철저히 파악을 해야 한다. 환경파괴적이고 소비경제적인 농촌생활양식과 의타적인 농민의식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선택하는 귀농이야말고 절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귀농을 준비하는 자들은 먼저 현 농촌생활양식에 관심을 집중하고 앞으로 예견되는 어려움 속에서 어떤 생활양식으로 살아야 농촌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생활양식이란 돈을 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문제가 된다.
간단한 예로 우리 한 가족이 연간 500만 원 미만의 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500만 원을 예로 든 것은, 한 해에 농사로 1,000만 원의 순수익을 얻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는 가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절제(超節制)하는 생활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의 양식’에 가까이 가는 길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흥겨워할 사람이 아니라면 귀농을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귀농’ 정말 어려운 선택이자 정말 살아남기 어려운 선택이다.

얼마 전 한 신문의 칼럼은 앞으로의 농업정책은 농산물에서 농민으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농산물 중심의 가격유지 정책은 한계에 와 있고 더 이상의 가능성이 없으니 농민이 농촌에 있을 수 있게 하는 생활보장정책이 농업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이 내용이 현농촌을 직시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 농업은 이제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선언과도 같아 더욱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 농촌경제의 미래가 암울하기 때문에 오히려 ‘참다운 귀농’에 대한 시대적 가능성이 더욱 열려 있다는 생각도 든다.
1년 내 가꾼 결실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탁을 가족과 함께 마주 대하며, 양식을 준비하는 데 이렇게 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절망을 느끼기보다는 먹을 양식을 심고 가꾸고 준비하는 일에 생생히 참여했다는 눈물겨운 감동 때문에 가슴벅차할 사람은 희망이 있다. 물질적인 편의와 시간으로 가로막혀 소원했던 아내와의 관계와 자식과의 사귐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 지름길은 귀농에 있다. 그러나 그런 귀농의 결실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귀농지원사업을 잘 활용하면 재정적인 도움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부농의 희망을 부추겨 세우며 여러분들을 다시 자유롭지 못한 노동으로 이끌어 들일지도 몰라 염려스럽다.

'귀농’은 인생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열쇠다.
그러나 귀농의 결실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귀농은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집중한 사람에게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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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원주택] 내집을 부탁해
글쓴이 : 디아이에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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