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당신 허리 다쳐

아리박 2010. 9. 30. 02:04

당신 허리 다쳐

 

문경 동로면으로 햇오미자를 사러 갔다.  이곳이 오미자 재배지로는 가장 이상적인 기후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열매 크기나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재배 농가에 들려 원액 추출용으로  10kg짜리를 구입하고 농장 현지에 가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보고 내년 봄에 묘목을 사러 오겠다고 부탁하고 돌아 왔다.

 

 

 오면서 아내가 김칫독 누를 반반한 돌을 주워 가자고 해서 길가에 접해 있는 계곡에 내려갔다

 

요즘  비가 계속 와서 아주 큰물은 아니지만 냇가에 새로운 돌이 보일만큼은 물이 씻겨나가 쭉 계곡을 살펴 나가고 있었다.  아내는 김치돌을 고르고 있었고 나는 아예 김칫돌은 안중에 없고 쓸만한 수석감을 찾고 있었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 아내가 나를 불렀다. 가 보니 흐르는 물속에서 희끗하게 번뜩이는 것이 보인다.

 

옆에 다가가서 보니 옥석 덩이가 세찬 물줄기를 맞고 흰 물보라를 퉁겨내고 있다.

반가움에 신발 벗을  생각도 없이 첨벙첨벙 물속의 돌을 들춰 보았다.

 

꽤 묵직한 것이 허연 몸을 드러내 보이며 올라 온다. 물 밖으로 굴려서 내 놓고 보니 옥양목에 흑옥빛이 섞여 선명한 색감이 괜찮다.

 

수마 상태를 보니 오랜기간  모래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거였다. 밑자리도 저 혼자 서 있을 정도로 완벽하다.

 

그런데  힘을  다해 굴리기는 할 수 있는데 들고 나올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다.

장비도 준비하지 않아 작은 배낭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물 밖 적당한 곳에 굴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날 밤 비가 온다.

여기 계곡은 비가 오면 금방 물이 불어 난다. 잠결에도 비가 오는 소리에 불안하다.

 

큰비가 와서 돌이 떠내려가면 어떻하나.  물가에 건져 놓았기 때문에 물이 불어 많이 흐르면 돌이 어디로 가버릴지 모르는데. 전전반측 비가 오는 창밖을 몇번이나 깨어서 내다 보며 밤을 지샜다.

 

아침 6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아내를 깨웠다. 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

투정 부리는 아내를 달래 차에 태우고 몇가지 장비를 준비하여 그 자리로 가 보았다.

 

어제보다 물이 불어 밖으로 내놓은 그 자리까지 물이 출렁거린다.

배낭에 넣으려 하니 들어가질 않는다. 난감하다. 큰 보자기 가방에 돌을 얻고 아내와 둘이서  일단  높은 곳으로 옮겼다.

 

아내는 무거움에 질질 끌려 오면서 투덜거린다.  이러다 당신 허리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등 볼멘소리가 계속된다. 

 

보자기 가방에 넣은 돌을 높은 곳에다 올려 놓고 내 등으로 밀으라고 했다. 나는 쇠작대기를 짚고 그 돌을 짊어지니 퀙 목에 숨이 막혀 온다.

 

 조심조심 계곡을 빠져 나오는 동안 내가 짊어진 진 돌을 아내는 붙잡고 조금가다 쉬고 조금가다 쉬고를 수 없이 반복하여 얼마간 옮겼다.

 

계곡 둑 앞에서는 오르막을 짊어진 채  도저히 올라 올 수기 없다.

한계단 한계단을 밀며 끌며 또 밀며 끌며 길에까지 옮겨 놓았을 때는 온몸이 풀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200여미터 정도를 옮기느라 몇시간이 걸린지 모른다.

새벽에 시작한 일이 중천이 넘어서야 끝났다

 

집에 옮겨다 놓고 늦은 아침밥을 먹으며 아직 나 허리 괜찮지 ?

아내가 눈을 흘긴다

  

 

선암계곡산 

 

 뒷면. 밑자리가 좋다

 

피부 

 

 여러가지로 연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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