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젖은 팬티 바람으로

아리박 2010. 6. 20. 18:29

젖은 팬티 바람으로

 

   지난 3월 집 앞 계곡에서 돌 하나를 발견했다

옥석인데 수마상태가 괜찮은 것 같고 몇군데 변화(일명 자구리)가 먹었고 피부가 매끈하다

 

  물을 주면 옥석의 연한 제 색갈을  잘 나타내 준다. 수마가 잘 돼서 몸통에서 무지개빛 색이 은은하게 돋아 난다

무게가 약 60키로그램 정도로 약간 큰 편이다

 

  몇차레 가져오려고 하다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어려워 배낭속에 넣어 물속에 담가 놓았다

그 동안 몇차레 비가 오고 계곡물이 불었다 빠지기를  몇차레했는데 큰물이 지지 않아 그대로 물에 잠겨 있었다

 

  물이 좀 줄고 날씨가 풀린 4월 어느날 나하고 또 동네 한사람과 둘이서 그 돌을 건져 오려고 밧줄을 준비하고 갔었는데,  물속 바위 사이에 깊이 박혀있는 배낭을 건져낼 수가 없어  포기하고 그냥 돌아 왔다. 그 동안 물이 불어 바위사이에 깊이 끼어 버린 것 같다. 둘이서는 힘도 부족하고.

 

우선  배낭에 줄을 매달아 흘러 내려가지 않도록 바위에 묶어 놓고  비가 오면 떠내려 가지 않았나 가서 몇차레 확인하곤 하였다.

 

  물속에 잠겨 있는 돌이 가끔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것이 첫사랑 연인의 가물거리는 애달음이랄까

물 속에서만 보고 완전한 모습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에 더욱 조바심을 나게 한다

 

  유월 칠일 친구들이 아리산방에서 모임을 가졌다

다른 행사를 마치고 저녁 여섯시가 넘어 숙소로 정한 우리집에 도착하여 건장한 친구 네명을 차출하고 밧줄과 몇가지 장비를 준비하고 돌 운반작전에 들어 갔다

 

  어둑어둑해진 시각에 물 속에 있는 배낭을 찾아 들것을 만들었으나 배낭이 찟겨져 버렸다, 그 동안 물에 삭아서 그런지 돌의 무게를 견디내질 못한 것이다.   친구중에 질겨 보이는 청바지를 입은 친구에게 바지를 벗으라고 했다.  그 친구는  며느리가 사준 비싼 청바지라며 안된다고 한다. 

 

  옆의 한 친구가 내 바지를 벗으란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바지를 벗어 들것을 만들고 그 위에 돌을 얻졌다.  물 속 돌길로 네명이서 조심조심해서 물을 건너고 언덕을 올라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신발과 옷을 모두 흠벅 젖은채로.

 

 물론 나는 어둑한 저녁 때였지만 젖은 팬티 바람으로.

 

지금 현관 들어오는 입구에서 부드러운 옥색 미소를 지으며 아리산방에 오시는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 주고 있다

 

 

 아리산방 수문장이 된 옥석

 애닮게 했던 첫사랑 모습

 클로버와 돌단풍이 받치고 있다

 부드러운 칼라

 옆구리의 변화

 계단옆의 옥색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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