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계령 1004 단풍 시담

아리박 2021. 10. 22. 06:30

한계령 1004 단풍 시담

 

한계령이 힘들다고 한다

 

 

한계령 단풍이 힘들다고 한다

 

한계령 바위가 힘들다고 한다

 

한계령 1004

 

                                    박영대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골짜기로 지고 온

구비구비 세간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연연했던 인연도

1004 바람 앞에서

내 생 어디쯤인지 헤아려본다

 

늘 오르막이었던 맨정신으로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저지른

막무가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억지였다

 

돌부리의 갈증을 먹고 버틴 풀뿌리

모질게 고아낸 즙이 벼랑 앞에 선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면책, 면책의 목록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가 암벽으로 솟아

하늘 줄에 걸려 표백되고 있다

 

창창해서 더 생생한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내 몫만치 꼭 버리고 가야 할 다짐길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또다시 도루묵이 될 것만 같아

속죄의 죄값을 산 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벼리고 있다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이만큼은 지고 온 내 짐을 곱게 받아 주실는지

 

오르기 전에는 모르고 그냥 왔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낮은 시작이었다

 

 

한계령 1004 퍼포먼스

 

한계령 1004 시담

 

한계령에서 시 '황태' 낭송

 

그 옛날의 열정

 

여기 아니면 다시는 버리지 못할 한계령 굴레

 

하늘보다 큰 가슴을 가진 나무 

 

유혹이 넘실 

 

바다 동경

 

내 품은 언제나 바다

 

바다처럼 살면 

 

바람 없이도 파도는 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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