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1004 단풍을 찾아서
한계령 단풍을 때맞춰 찾으려고 갔는데 이미 늦어 버렸다
단풍잡이 걸음은 하늘 끝 공제선을 지나 6부능선까지 내려와 교목 사이의 그늘속에 연약한 잎들을 공략하고 있었다
어린 것만 찾아 다니는 단풍잡이는 주금색을 찾아내고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 머문다
계절내내 칙칙하게 지내던 바위틈에 꽃보다 화려한 주금색 단풍을 내어 주는 걸 보면 가을은 바위에게 더 홍복이 터진 계절임이 분명하다
무채색 바위 곁에 물들어 있는 주금색 단풍은 어디에서나 가장 또렷이 드러나 자태를 뽐낸다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고 있던 일꾼같은 녹색의 얼굴에 어디서 그리 맑고 화려한 색기를 숨기고 있었던가?
육중한 바위 옆에서 짙은 색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는 단풍이파리는 쌀쌀한 바람을 피해 든든함 뒤로 다소곳이 숨는다
아직도 사진 찍으러 가면 카메라 조작이 서툴러 써야할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자꾸 건망으로 안 쓸 기능을 끄지 않아 사진이 시원찮다
집에와서 보면 아차 싶은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 한계령 1004 」 시낭송 정영숙 동영상
한계령 1004
박영대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골짜기로 지고 온
구비구비 세간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연연했던 인연도
1004 바람 앞에서
내 생 어디쯤인지 헤아려본다
늘 오르막이었던 맨정신으로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저지른
막무가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억지였다
돌부리의 갈증을 먹고 버틴 풀뿌리
모질게 고아낸 즙이 벼랑 앞에 선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면책, 면책의 목록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가 암벽으로 솟아
하늘 줄에 걸려 표백되고 있다
창창해서 더 생생한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내 몫만치 꼭 버리고 가야 할 다짐길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또다시 도루묵이 될 것만 같아
속죄의 죄값을 산 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벼리고 있다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이만큼은 지고 온 내 짐을 곱게 받아 주실는지
오르기 전에는 모르고 그냥 왔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낮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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