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계란리 탐석( 빨래터 가는 길 )

아리박 2020. 7. 30. 22:43

계란리 탐석 빨래터 가는 길

 

장마로 엊저녁에 많은 비가 내렸다

번개와 함께 밤종일 빗소리가 잠을 설치게 한다

이른 아침 앞 계곡물이 궁금해서 나가보니

선암계곡에 흐르는 수량으로 보아 십년 이래 가장 큰 비가 온 것 같다

흙탕물이 도로 높이 절번 정도는 차서 흐른다

우리나라는 수리시설이 너무 잘되어 계곡이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다

석축을 쌓지 않은 계곡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 강산을 자르고 쌓고 덧질해 놓았다

 

계란리 계곡으로 나가 보았다

거기는 작은 계곡이지만 물이 불어 흐르고 있다

계곡이 짧아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흐르는 수량이 점차 적어진다

다리 밑으로 둘러보니 토사가 제법 많이 씻겨 키 큰 나무가지들이 휩쓸려 나간 흔적으로 하류쪽으로 누워 있다

새로 나타난 계란리 석질의 아이들이 드러나 있다

이제 막 출토되었다고 티라도 내듯이 서슬이 퍼런 새둥이들이 눈에 띤다

 

계란리는 예로부터 이름난 탐석지이다

마을을 지나 내려오는 작은 계곡인데 쵸코석과 골석과 탑석 등 특이한 형태와 색깔의 석질이 나온다

이 지역 지반이 이런 석질로 되어 있어 빗물에 씻겨 떨어져 나오면서 수마가 되면 최고의 수석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중에 몇 개 골라 왔다

오늘 중에 문양으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 그림 한 점 이 나왔다

위 아래가 똑 떨어진 단형 사각 기둥 소품석인데 전체에 흰줄과 묵색 그리고 황갈색으로 그려져 있는 추상 무늬가 육 면에 꽉 차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검은 바탕에 흰 여백이 드러나는 점묘기법이라고 해야 할까

왼편 상단에 엄마가 어린 딸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정겹다

옆으로는 흐르는 냇가에 깊고 낮은 수심을 나타내고 어린아이는 발목까지 닿는 개울을 옷자락을 걷어 올려 잡고 첨벙거리며 물 속을 걷고 있다

여섯 면에 해독하기 어려운 추상적 무늬가 있는데 나의 상상력의 한계로 설명할 수가 없어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어머니는 하얀 저고리에 황갈색 치마를 입고  어린 아이는 엄마를 따라 졸망졸망 걸어가고 있다 

평면에서 도드라진 회화적 입체의 선명한 이미지가 강렬하다

자연이 그려놓은 선과 곡선 그리고 형태가 난해할 뿐 거슬리지 않는다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와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돌에서 이런 예술을 찾아내는 희열이 수석하는 즐거움이다

영원히 변하지않는 돌 화선지에 빨래터 같은 명작을 그려놓은 자연이 불가사의다

한 동안은 이 돌과 함께 낯 익히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 데는 짬을 내줄 수 없을 것 같다

 

빨래터 가는 길

7 * 10 * 7

 왼족 상단에 엄마가 어린 딸을 데리고 빨래터에 가는 중이다
 박수근의 빨래터 이미지가 물씬 난다

 

 

 박수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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