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서울 詩 문학기행(펜클럽) 3

아리박 2016. 3. 20. 07:02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 詩 문학기행 (국제펜클럽) 3

 

길상사에서

대원각의 변신.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 그리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문학버스는 성북동 고개를 넘어 길상사 내리막길에 걸음을 멈춘다

고급 주택들이 웅장한 담장과 몸체를 드러내고 외국대사관저의 국기들이 위엄을 드러내고 있는 길목에 방대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길상사.

참선을 수행하는 가람이 있을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서울의 도심 한복판 부촌에 절간이라니 언듯 어울리지 않은 곳에 길상사 사찰이 명패를 걸고 있다

 

소설보다 더한 사랑과 인연과 번민이 엉크러진 길상사의 플롯.

한때 저자거리에 회자되던 대원각 요정이 가람으로 변신한 것이다

길상사의 너무나 다른 변신이 이 사찰에 얽힌 숙명의 인연만큼 절절하게 아픔을 끌어 안고 있다

서울의 3대 요정이었던 이 대원각은 김영한이 운영하던 요정으로 법정스님에게 시주한 것이다

당시 이 곳의 재산 가치는 700억 정도라고 세간에 대서특필했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평생의 기조로 살으셨다.  무소유를 본심으로 살아온 스님에게 거액의 재산을 조건없이 시주한 권번 출신의 기생 김영한(기명: 진향)은 " 나는 죄가 많은 여인이다 이곳을 절로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선뜻 받을 수 없었던 무소유 법정스님은 여러번의 거절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송광사 말사로 등록시킨다

자야에게 물었다. 이 많은 재산을 어떻게 시주할 수 있었습니까?

그녀는 대답했다.

"이 하찮은 재물은 백석 시인의 시 한 줄만도 못됩니다"

김영한(기생 진향)과 백석은 정인으로 젊은 한 시절을 같이 살았으나 남북분단으로 백석이 북에 남겨짐으로서 죽을 때까지 생이별하여 살게 된다

백석은 젊은 날 김영한(진향)에게 자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를 써 주었다. 진향은 평생을 가슴에 백석을 품고 살다

백석은 북에서 1996년 사망하고 1997년 자야는 백석문학상을 제정하도록 기금을 내놓고 창비출판사에 운영토록 하는 한편 대원각 이 자리에 길상사를 세우고 1999년 자야도 백석의 곁으로 갔다.

김영한은 법정스님에게서 길상화라는 佛名과 함께 염주 한 벌을 받는다

법정스님은 맑고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절을 세우게 된 것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와 나타샤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시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  -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  -

 

 

 

 

이 시를 읽으면 백석과 자야의 정분이 뚝뚝 쏟아지는 것을 느끼게한다

그들만의 산골 마가리로 가서 응앙응앙 사랑하며 살자

우리들이 그곳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길상사 일주문

 

 

길상사에서 가장 절집 같은 범종각

 

 

길상헌. 자야 김영한은 길상화가되어 길상헌 뒷뜰에 뿌려졌다

 

 

해설자 김경식 시인도 이들의 사랑과 인연에 취해 스스로 감격하여 목청이 높아지다

 

 

여류문인들의 경청이 사뭇 진지하다

 

 

자야의 사랑에 푹푹 빠진 시인들

 

 

시인들의 가슴속에도 흰 당나귀같은 사랑하나쯤 키우고 있으리라

 

 

무소유 법정스님의 유골 봉안지

 

 

법정스님의 영원한 안식처 진영각. 스님은 생전에 이곳 길상사에서 하루도 자지 않은다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였다

 

 

법정스님 진영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 근심 걱정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무학이라는 말이 있다

전혀 배움이 없거나 배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많이 배웠으면서 배운 자취가 없음을 가리킴이다

지식과 인격이 단절될 때 그 지식은 가짜요 위선이다

                             - - - 법정스님 - - -

 

 

법정스님이 만들어 사용하던 나무의자(오대산 쯔데기골 수류산방에서 가져왔다)

 

 

진영각 담장안에 치장으로 있는 유일한 석등 하나

 

 

 

유곽이었던 방이 스님들의 거소가 된 방갈로의 변신.

 

 

필자도 88년 이곳 대원각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바로 저 방..)

 

 

 

 

 

 

 

 

 

 

 

영춘화. 길상사 안길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야가 백석을 기다리듯..

 

 

길상사 위로 나무에 걸린 등

 

 

종을 치는 저 토막나무를 당목(撞木)이라고 한다.  종을 상하지 않고 치기 위해서는 저 당목이.

 

 

 

종은 동양의 종이 아름답다. 서양에서는 종을 벨(Bell)이라고 한다.

시인의 인식으로 종과 벨을 같이 인식할 수 있겠는가..

 

 

우아한 범종각

 

 

법정스님과 김수한 추기경의 종교 초월의 상징. 관세음보살상

 

 

무소유를 닮은 불상

 

 

인연의 탑돌이를 생각하며.

 

 

 

신두업 시인.  길상사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영춘화가 피어나는 길상사 안길

 

 

손해일 펜클럽부이사장 인연을 생각하다

 

 

 

손해일시인과 함께 필자

 

 

길상사 다원에서 창문에 비친 나무와 누각. 길상화 인연 같다는 생각..

 

 

                                                             -  -  - 시민과 함께 하는 서울 시 문학기행  끝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