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인 내츄럴 모더니즘에 물들다
제31회 세계시인대회에 부쳐
박 영 대
세계 나라 단풍이 서울에 물들다
자기나라 봄 여름 보따리 푸르게 짊어지고
고단할수록 먼나라일수록 곱게 물들었네
원색이 천박하다는 억지에게는
너무 많은 단서가 무채색으로 어둠이 지네
생명의 민낯으로
꽃보다 먼저
열매보다 먼저
잎으로 피어
흙을 맛보리
흙을 말하리
날선 담벼락이 눈 부릅뜨고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치면 주먹 내지르는 이데올로기
시장판에서 눈치 난무하는 억측의 저울에 기울어지는 보호무역주의
문명이 스믈스믈 기어들어 밀림의 원시를 깨트리는
인간이 인간을 무시하는 미명의 개발
지구촌이란 말은 나그네에게나 겉차림으로 어울리는 봇짐
낯선 색갈로 물드는 뼈아픈 속내
알아차리기에는 너무 빠른 걸음
여행자 아닌 머뭄자
닳은 신발이 터져야 땅의 아픔을 알지
세상 어디라고 쉬이 사는 곳 있겠냐마는
고단한 속살 부끄럼없이 읊어주는 세계 시인이여!
크게 읊어라!
더 크게 읊어라!
겨울을 숙제처럼 남겨 놓고 핀 단풍잎들
내년에 다시 틔울 생명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마쳐야 하네
옷이 달라도 말이 달라도
푸른색에서 시작된 단풍에 다 드러나 있네
오천년 가을 동산에 세계 나라 단풍 들었네
단풍 핀 금수강산
내츄럴 모더니즘
그게 이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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