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 김준환 시집. 오늘도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 푸른 물길 따라 산 그리메 깊이 잠십하듯..

고강 김준환 시집.   오늘도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 푸른 물길 따라

                            산그리메 깊이 잠심하듯

                     

                            나도야 이 내 두 팔로

                            옥순봉 구담봉

                            두 무릎 끌어안고

 

                            떠나던 그날까지

                            깊고 깊은 생각에

                            잠기어 있었노라

 

 

특별한 시집과의 만남이다

시 한편이 제목이다

 

시인과의 만남도 특별하다

단양의 남한강변 시인마을에 오롯이 강물에 잠심하듯

옹슬 겪어내며 시작에 전념하고 있는 고강 김 준환 선생.

 

시인은 시와 서, 화와 도예를 섭렵한 드문 예술인이다

이곳 남한강변에 소박한 거처 하나 장만해 놓고 단신 홀로

시와 서와 화를 동반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의 거처에 들리면 이만한 예술인이 견디어야하는 인동을

그대로 보고 있어야하는 아픔이 져며 온다

생존이라는 원초적 본능에서 풀어내지 못하는 주박이 저주스러울 뿐이다

 

몸져 누워 계시면서 펴낸 이번 시집

제목도 걸출하게 긴 제목이다

3연 한편의 시로 된 시집 제목, 이런 반전은 또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겠는가

 

序跋을 대신하는 고백에서 이렇게 눈물 쇠뇌이고 있다

 

첫 번째로 찾은 주제는 옹슬擁膝이었습니다

두 손으로 무릎 꼭 껴안고 머리 숙여 깊은 생각에 잠긴다는 뜻이지요

제 긴 시집 제목처럼 남한강 깊고 푸른 물길 따라 산 그리메 잠심하듯 저도 그렇게 15년을 옥순봉 구담봉 끌어 안고 깊은 명상에 잠기어 살고 싶었습니다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단양에 주저 앉아 돌이 되고 싶었고요

 

두번재로 찾은 주제는 慟哭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나의 노래는 시가 되다 만  탄식이었습니다

아니면 빈자의 노래였고요

통곡이란 단어는 소리 높여 섧게 운다는 뜻이지요

때론 시가 못된 제 글은 그림으로 그려 보고 그려봐도 못다 된 그림은 노래로 불러봅니다만  노래도 되지 못하는 내 노래는 그냥 땅바닥에 주저 앉아 엉엉 통곡해 버립니다

 

세번째로 찾은 주제는 懺悔였습니다

책상 위에 켜놓은 촛불이 조금씩 마지막 불빛을 거두어들이듯  어쩌면 내 삶의 내외벽도 저처럼 허물어져 내리듯, 뜨겁게 흘러 내리는 저 촛농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손등으로 닦아내며 백수 이 나이에 비로소 내 한 생애가 죄였음을 고백하노니 이 뜨거운 참회의 눈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불사르려합니다

 

네번째로 찾은 주제는 薰沐이었습니다

길가에 핀 질레꽃 향기라도 옷에 뿌리고 창포물에 머리 감고 이내 몸과 맘 정화수로 목욕재계하고 떠나라는 뜻이랍니다

제 시집 첫 페이지에 실은  ＜그날이 오면＞ 처럼 정말 어느 날 내 마지막 밑그림이 다 그려지면 노스탤지어의 새, 나그네 새처럼 물 흐르자 하는대로 그리 떠나려 합니다

 

시집속에서 한 편 읽으려 합니다

 

 

징검돌

하나 둘 세며

 

밑창이 다 닳은

구두를 신고

 

물 때 시퍼렇게 입은

징검다리 건너기엔

 

아 !

세월이 너무

미끄럽습니다

                    - 김준환 시 . 세월 전문 - 

 

 

책을 받아와 새벽을 아껴가며 읽어 가는데 시인의 모습이 시문속에 오버랩되어 시울을 적시며 날을 샜습니다

몇차레 만나 시를 이야기했던 시간이 굳어 남한강 돌로 가슴을 누릅니다

처음 제목부터가 시요, 끝 인사까지가 시적인 고강 김준환 시인의 시집이 더 먹먹하게 합니다

당분간 대처로 떠난 시인께서 속히 쾌차하여 시인마을로 돌아와 남한강물과 옥순봉 구담봉과 담론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또 한 편 읽습니다

 

간밤 꿈에

넋고개 시오리길

누가 길동무 했었나 본데

 

얼굴도 이름도

떠오르지 않아

작별이 멋쩍었던 그 사람

 

행여 철없이

헤프에 해버린 언약

아직도 살아 있어

 

내 기억의 윗가지

그 가지 사이에

둥지를 틀고 있었던 건

아닐런지

 

혹여

오늘이나 내일 밤 꿈에서라도

다시 길동무 할 수 있다면

 

그때 그

저버린 약속

 

엎드려 눈물로

당신의 발등 닦아 드리겠습니다

 

                          -  김준환 시 속죄 전문 -

 

 

 

오늘도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 푸른 물길 따라

산그리메 깊이 잠심하듯..

 

고강 시인과의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