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선돌에 문장가의 시심이 어리다

아리박 2019. 12. 5. 11:43

선돌에 영월 문장가의 시심이 어리


영월 서강변에 있는 선돌은

깎아지른 양쪽 절벽이 마치 거대한 동물이 목마른 입을 벌려 강물을 둘러마시는 듯  거대한 작두칼로 바위를 단번에 쳐서 자라낸 듯 기묘한 형상으로 서 있다

이름이 선돌이지만 단순한 돌이 아니라 우뚝 솟아 있는 천정 바위다


영월읍 방절리 소나기재 정상에서 500m 정도 탐방로를 따라 가면 절벽 끝에 당도하게 되는데 눈 앞에 선돌바위가 나타난다

선돌은 높이 70m 바위가 솟아 있는데  신선암이라고도 불린다


선돌 아래 깊은 소에는 자라바위가 있는데 전설이 있다

선돌 아래 남애마을에 장수가 태어나서 적과의 싸움에서 패하자 이곳에서 투신하여 자라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선돌 밑으로 옛길이 있는데1905년(고종 42년)에 목탄차가 다닐 수 있도록 석축을 쌓아 확장한 기록  『光武 9年李春和排路修勅乙巳2月1日 」이라는 비석이 있다


조선시대 영월부사 홍이간(1753~1827)이 뛰어난 문장가 오희상(1763~1833)이 찾아오니 명소인 이곳 선돌 아래에서 아들 홍직필(1776~1852)을 데리고 와 세 사람이 구름에 쌓인 선돌의 경관을 보고 시를 읊으면서 선돌의 암벽에다 雲莊壁이라 새긴 글이 지금도 남아 있다

멀리서 친한 문객이 찾아오니 不亦樂乎 !

기꺼이 모시고 경치를 찾아 시를 읊으며 세월을 즐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정회인가 보다.



홍직필의 매산집에 나오는 시 한 편을 적는다



金鰲山北汶川西
금오산의 북쪽 문천의 서쪽에
淸士祠堂卽古棲
옛적 맑은 선비의 사당 있네
斷髮形傳吳伯仲
머리 자른 오백중의 형상이 전하고
採薇心苦殷夷齊
백이숙제 고사리 뜯는 괴로움 심정
剛風振谷松能勁
세찬 바람 골짝을 진동하나 소나무는 굳건하고
嚴雪封山竹不迷
세찬 눈이 산을 덮어도 대나무는 미동도 없어라
更有寒梅餘獨樹
게다가 추위 속 매화만이 홀로 남아
夜來孤月影凄凄
밤 되어 달빛 그림자마저 쓸쓸하구나.




선돌바위 사이로 서강 푸른 물이 흐른다


영월 서강은 돌아돌아 동강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