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임진각에서

아리박 2018. 7. 13. 09:05

     임진각에서                                  박    영    대

 

뜯겨진 헌 책장이 뒹굴고 있다

자유라는 글씨가 구겨진 채로

여러 나라 말로 덧칠해진

마지막 남은 화해의 불초지에

도둑고양이 뒷짐지고 어슬렁거린다

 

평화를 지키는 철조망에

왜 이리 녹이 슬었나 살펴보니

옛 임진나루터에서 쉬어 가는 형제의 오줌발이 삭아

다리마저 끊긴 강물은 돌아올 수 없다 우는구나

 

혈육조차 녹슬게 한 저 물컹한 개펄은

부끄럼도 없이 둔부 드러내고.

 

 

    임진강과 끊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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