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오뉴월이면 기다려지는...

아리박 2018. 6. 8. 08:03

오뉴월이면 기다려지는 ...

 

오뉴월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진객이 있다

집을 자주 비는 탓으로 주인도 자주 없는데 꽃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장미 몇 그루를 갖다 심었는데 아찌나 잘 자라는지 매년 오뉴월이면 아리산방은 붉은 꽃집이 된다

기온이 낮은 탓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피었다 졌을 텐데 여기는 아직 남아서 흐드러지게 피어 외로운 집을 지킨다

 

너무 잘 자라서 잘라주면 다시 크고 잘라주면 다시 새순으로 자라서 어김없이 화사한 색깔로 치장한 열정의 집으로 만들어 준다

정열이 부족한 주인에게 보란 듯이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저를 따라 하라는 몸짓인가 

평소 혈압도 낮은 편이고 몸이 차가운 내 체질은 열정, 사랑, 절정, 고백, 같은 피가 뜨겁지 못한 나에게 O형 같은 장미가 있어 나와 궁합을 맞추고 있다

 

 

어느 누가 한번 인연을 맺었다고 때 되면 잊지 않고 찾아와 보답을 할까

인간 세계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요즘은 장미의 색깔이 다양해져서 요즘 젊은이들 머리 모양처럼 색색이다

다른 색깔의 장미를 보면 어딘지 염색한 머리를 보는 것 같아 정감이 덜하더라

그래도 장미는 붉은 열정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사랑처럼 본연의 빨강 장미가 제 격이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 문학가들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좋은 것에는 모두 가시가 있다는 산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체험에서 나온 실리다

그런데 장미는 원래 산중 식물이 아니어서 먹는 게 아니고 대신 색으로 정열을 보여주니 나에게는 훈육 선생이나 다름 없다

필자도 '산딸기를 따면서'라는 시를 썼는데 거기에서 가시론을 내놓았다

 

붉게 피어있는 장미가 지기 전에 붉은 사랑 하나 기다려 볼까...

 

 

 

    산딸기를 따면서

                               박  영  

 

불온한 생각을 지우려고

허리 꼿꼿이 세우고

초면부터 가시론으로 무장했다

 

곁에 들이는 꼴조차 못 보는

날 선 수절은

팽팽한 눈초리로 근접을 막고

색깔조차 제지당한 추레한 꼬라지

지키자, 지켜내자, 설익은 그때까지만

가시의 경호는 설익은 그때까지만 

 

소문들 엉큼한 유월을 염탐하다

 

익었다 티 내지 않고

몸으로 터져버리는

 

어찌할 거나

저저저 홍 빛 물 즙은...

 

가을도 아닌데 벌써 익어

스스로 옷 벗는 가시론 숫처녀.

 

 

 

 

   장미의 꽃밭 아리산방

 

   정열적인 사랑이라는 꽃말이 틀림없다

 

   이런 사랑 한번 해 보고 싶다

 

   장미,  너 밖에 없다

 

   보여주고 싶은 환희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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