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흥건히 내린다
요 몇 년간 봄비가 참 귀했다
이즈음 사월이면 으레 봄비가 내려서 소생을 돕는 것이 계절의 할 일이었는데 그래서 곡우라는 절기가 있는 게 아닌가
근년에는 날씨가 돌변해서 봄비를 찾아보기가 어려워 봄 장마가 계속되어 농심을 망가뜨려 왔다
올해는 절기에 맞게 봄비가 흥건히 내린다
말 그대로 소생의 곡우다
터알밭에 심어 놓은 상추 가지 고추 모종이 제대로 활착할 것 같다
그대로 방 안에 있을 수 없어 샛강으로 나간다
비를 맞고 있는 초목들이 생기가 발랄하다
보송보송 솜털을 이고 나온 새싹들이 꼼지락거리면서 손가락을 펴고 있다
새 움을 내고 있는 초목만이 아니라 차로를 달리는 차들의 얼굴에도 기운이 난 듯 힘차다
강물도 육수를 받아 자양분을 가득 품고 있어 모유를 보는 듯 틉틉하다
파아란 연초록 생명이 볼수록 생기가 솟는다
푸르니 어린이집
박 영 대
봄비가 내린다
아기별로 내린다
장독대 꽃 자리 두 손 꼬물꼬물
손 귀한 집안에 자손으로 내린다
한 그릇 가득히 채우고 나면
온 가족 모여서 함박으로 피겠네
봄비가 내린다
모종 달로 내린다
텃밭에 돋아나는 새콤한 향내
빗발도 눈부셔 반 눈으로 찔끔
입술 동글동글 찍어 바르고
구름에서 짜낸 푸른 입김 몽글몽글
눈 맞춰 푸릅푸릅 키우고 나면
온 산이 푸르니 어린이집 되겠네.
돋아나는 소생
연초록 사이로 샛강
초록 사이로 우산 둘
치렁치렁 수양 버들
두텁게 자라는 자손
곡우 비
잎이 나면서 씨를 품는 ...
봄비에 젖고 있는 ...
빗방울
연초록
귀여운 손가락꽃
빗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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