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2018 공초 오상순 문학상

아리박 2018. 6. 6. 09:31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26회 공초 문학상 시상식

 

2018. 6. 5 공초 오상순 문학상 시상식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올해의 수상자는 김초혜 시인

 

수상작품을 읽어본다

 

   멀고 먼 길

                     김  초  혜

 

오 하느님

나이는 먹었어도

늙은 아이에 불과합니다

햇살은 발 끝에 기울었는데

내 몸이나 구하고

굽은 마음 어쩌지 못해

얼굴을 숨기기도 합니다

몸 안에 가득 들여놓은 꽃은

붉은 조화 나부랭이였습니다

어찌

고요를 보았다 하겠습니까.

 

 

 

공초 숭모회장 이근배 시인은 추모사와 심사평에서 공초 선생을 이와 같이 회고하였다

 

1991년 어느 날 구상 시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구상 선생은 이중섭과 오상순 시인과 친하게 지내오면서 이중섭은 미술계에 맡겨도 되나 후사가 없는 공초 오상순의 추원보본이 늘 걱정이었다 

"공초문학상을 제정해야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는가" 라면서

이렇게 시작된 시도는 관심있는 문인들과 여러 제자들이 공초문학상 기금 마련 기증작품 전시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여 서울신문사에 기탁하여 1992년에 공초문학상이 제정되어 올해로 26회를 맞는다

 

공초 오상순 시인은 비교적 유복한 부모님이 계셔 일본 유학으로 동지사대학 종교철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YMCA 번역과 교회의 전도사 일을 보면서 생활하였다. 

'폐허' 동인으로 김억, 남궁벽,황석우, 등과 활동하였으며 직업도 주거도 떠난 방랑, 참선, 애연의 생활을 계속하다가 범어사에 입산하여 공초空超라는 호를 쓰게 된다

 

고향 대구로 낙향하였다가 서울 조계사로 돌아와 생활하기도 하면서 여러 문인들과 청동시대를 열었다

죽을 때까지 시집 한 권 없었던 시인은 사후에 제자들이 유고집으로 '공초 오상순 시집'을 간행하게 된다

즐기던 애연으로 고혈압 심장병 폐렴이 악화되어 1963. 6. 3 영면. 서울 수유리 빨래골에 안장하여 후사가 없어 매년 문인들이 제사를 모셔 오고 있다

 

하루에 20갑의 담배를 피워 공초라는 호를 써서 애연가로 널리 알려졌는데 정작 空超라는 호는 무소유 비어냄 空를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진 호인데 꽁초로 희화되어 회자되고 있다

늘 만나면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라고 인사를 건네던 공초의 입발림이 지금까지도 이 말을 인삿말로 하는 유행어까지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 시는 공초 선생과 친하게 지내던 터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라는 공초 선생의 말을 시어로 빌어 써서 이렇게 태어난 시라는 것이다

 

수상작에 대하여는

'어찌

고요를 보았다 하겠습니까'

라는 표현에 주목하였다

 

오늘 시상식이 끝나고 수유리 그의 유택을 찾아 술 한잔과 담배 한 대를 피워 올리는 행사가 진행된다 하는데 필자는 다른 일로 참여하지 못하여 죄송하기 그지 없다.

 

 

                                   구상 시인의 공초문학상 제정 발기문

 

 

무애무상로 일관하면서 세상의 별인으로 허무와 폐허를 몸에 감고 살면서 공초 사상을 실천했던 공초 초인 모습이 미루어 짐작이 간다. 나의 자유가 나를 구속한다는 그의 주변에는 늘 제자인 여류 시인들이 따랐다 하며 세상과 이격 초월적인 그의 헛함을 메꾸기라도 했을까....

꽁초와 관련한 공초선생의 시 한편을 싣는다

 

 

  타는 가슴

 

                공초 오상순

 

 

쥐어 뜯어도

시원치 못한

이내 가슴

 

애매한 권연초에

불을 붙인다

피울 줄도 모르면서

 

나의 가슴속

무겁게 잠긴

애수, 억울, 고뇌

뿌연 안갯가루

묻혀 내어다

허공중에 뿌려 다오

씻어내 다오

 

나의 입 속에

빨려 들어오는

연기야

나와 함께 사라져 다오

 

유완(柔綏)히 말려 올라가는

가늘고 고운 은자색(銀紫色)의

연기야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

질서없이 엉긴

피 묻은

마음의 실 뭉텅이

금세 스러져버릴

너의 고운

운명의 실끝에

가만히 이어다가

풀어 다오

허공 중에 흔적도 없이

 

담배는 다 탔다

나의 가슴은 여전하다

또 하나

또 하나

연달아 붙여 문다

그러나

연기만 사라지고

나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진다

나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불을 질러라.

 

 

 

 

   26회 공초문학상 수상자 김초혜 시인과 이근배 공초숭모회 회장. 조정래 소설가도 보인다

 

  공초문학상패

 

  시상식장

 

  고광현 서울신문사장

 

  공초시 낭송 서복희시인

 

   이근배 시인 추모사 겸 심사평

 

 

 

  공초문학상 시상

 

  수상작품 낭송 김금용 시인

 

  김초혜 시인 수상소감

 

  유종호 전 예술원 회장 축사

 

  기념촬영

 

                                        공초문학상 시상식

 

   공초문학상 서울신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