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우암 송시열 선생의 恥

아리박 2017. 12. 1. 14:18

우암 송시열 선생의 恥(부끄러울 치)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기념관 남간정사에 가면 '恥'라는 글씨가 있다

묵직한 대붓으로 애써 잘 쓴 명필같이 않은 글씨 '恥'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써 놓은 글씨다

 

우암 선생이 왜 이 '恥'라는 글자를 크게 써 놓았을까?

남간정사는 우암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교육의 장이다 

이 교육장에서 후학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훗날 정치가로 유학자로 살았던 그의 삶에서 굴곡은 차치하고 낙향하여 후학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그의 심중은 이 글자 한 자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출가하는 딸에게 戒女書(계녀서)를 직접  사자소학의 내용을 쉽게 한글로 써 주어 바른 행실을 당부하였다고 전한다

충과 의를 덕목으로 삼았던 우암의 직설적인 성품을 세상은 그냥 두지 않았다

조선의 적폐였던 사색당파로 국론이 분열되는 시대였던 당시로서는 불문가지였었고 오늘날과도 다름이 없다 

 

이 글씨 앞에 몇몇 시인들과 함께 한 적이 있다

이 글씨 생각하면서 시를 쓰면 좀 더 솔직한 시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경세에 있어서도 자기 부끄러움만 알아 차린다면 세상이 바로 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움 곧 양심의 소리다.

 

 

 

  우암 송시열 선생의 '恥'

 

 

나를 일깨우는 마음으로 졸시 한 편도 같이 싣는다

 

 

   한계령 1004

 

                                    박영대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골짜기로 지고 올라온

구비구비 세간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연연했던 인연도

1004 바람 앞에서

내 몫 어디쯤인지 헤집어 본다

 

늘 오르막이었던 맨정신으로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저지른

막무가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억지였다

 

돌뿌리의 갈증을 먹고 버틴 풀뿌리

모질게 고아낸 즙이 벼랑 앞에 선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면책의 목록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가 암벽으로 솟아

하늘줄에 걸려 표백되고 있다

 

창창해서 더 생생한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내 몫만치 꼭 버리고 가야 할 다짐길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또다시 도루묵이 될 것만 같아

속죄의 죄값을 산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벼리고 있다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이만큼은 지고 온 내 길을 곱게 받아 주실는지

 

오르기 전에는 모르고 그냥 왔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낮은 시작이었다.

 

 

  한계령 1004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