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 )
박정임 시인 첫 시집 『엄마의 우물』 출간에 부쳐
박 영 대 시인 / 흰뫼시문학회장
불암산에서 세 시인이 모였었지요
산모기는 어찌나 극성을 부리던지요
시를 이야기하기 위해 조용한 곳을 찾은 데가 바로 불암산 낮은 숲속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기 시작하고 나무 벤치 하나 놓인 자리
돌려가며 시 한 편씩을 읽고 다듬고 나니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고 생각보다 산에는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고 느꼈을 즈음
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서둘러 내려 왔을 때 후두둑 차창으로 삶의 질곡만큼이나 큰 빗방울이 우리들을 혼쭐냈지요
겨우 비를 피한 차 안에서 우리들은 한 차례 눈물 쏟아낸 후련처럼 한 고비를 넘겼었지요
우리들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요
징검돌 건너면 또 하나 그리고 또 하나
박정임 시인은 시를 쓰면 저에게 먼저 보여주는 그런 영광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시가 어쩐지 봐달라는 큰 숙제와 함께..
번뜩이는 재치와 순발력으로 깜작 깜짝 놀래키는 시적 천부성이 그의 시를 감춰두고 혼자만 보
는 비밀스런 즐거움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박정임 시인의 시는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발한 발견이라고나 할까요
그 기발함을 여지없는 긴장의 끈으로 몰아가 한 치의 느슨함도 없는 질주 같은 팽팽함이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줍니다
박시인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로롱 꽃망울
보랏빛 종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다가
꼬일 듯 풀어진다
높다랗게 오르다가
깊다랗게 떨어진다
말갛게 웃다가
까맣게 타들어간다
한 송이에서 백 송이
백 송이에서 다시 한 송이
〈나팔꽃 전문〉
나팔꽃 안에 우리네 삶을 다 담아 놓았습니다
꽃망울에 채운 시인의 종소리는 새벽을 깨우는 울림처럼 각성의 죽비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정임 시인이 시집을 출간 한다는 이야기도 불암산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것도 오빠와 동생이 적극 주선해서 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오롯한 형제자매와 가족애도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첫 시집을 상재하는데 발문을 쓰게 되어 고맙고 영광스럽습니다
앞으로 꽃망울에 맺힌 이슬 같은 맑은 시들이 세상에 쏟아지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축하드리고 드물게 주목되는 시인에게 우리들의 감성의 씨앗을 맡겨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의 우물/ 박정임 시인
서평/ 박정임 시인 첫 시집 엄마의 우물에 부쳐/ 박영대
엄마의 우물 / 박정임
엄마의 우물 출판 기념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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