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구간
엊저녁 희운각산장 잠자리에 들었으나 모두들 선잠에 머물렀으리라
7시간을 산을 올랐으니 코를 고는 것은 당연하고 20 여명이 작은 방에 틈새없이 모여 자니 잠자리에서 나는 모든 소음은 다 나올 것이다
콧소리, 잠꼬대 소리, 뒤척이는 소리, 특이하게 쉬는 숨소리, 방귀소리, 휴대폰 만지는 소리, 온갖 소음들...
비몽사몽간에 눈을 붙이고 있는데 김대장이 일어나라고 한다
주섬주섬 베낭을 챙겨 나갔더니 모두들 나와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아침은 각자 준비한 컵라면 나는 제육볶음 컵밥을 준비했다
물을 끓여 컵밥의 제육복음 소스를 데우고 밥을 넣고 뜨거운 물을 약간 부으면 따뜻한 제육볶음 컵밥이 완성된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희운각 산장을 출발한 시간은 5시20분
이제 본격적인 공룡능선 산행이 시작된다
희운각 전망대 무너미고개 갈림길에서 공룡능선쪽으로 길을 잡고 아무나 허용하지 않은다는 설악의 백미를 찾아 걸음을 옮겨간다
어제부터 날씨가 화창하고 미세먼지가 없어서 이렇게 좋은 날은 설악산에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설악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찍은 사진도 맑고 청명하게 나왔다
산행 날자 선택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땀이 좀 나려다 마르고 말랐다가 다시 오르막에서는 땀이 날 정도로 산행 날씨로 가장 이상적인 기온이다
그래도 새벽이라서 겉옷 한겹씩 포개 입고 출발한다
동쪽 하늘에는 벌써 아침놀이 시작되고 암봉 사이에 화톳불을 피운 것처럼 붉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각자 준비한 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더듬거리고 등산로를 따라 간다
워낙 이름난 코오스라서 발길이 낸 길 흔적이 뚜렷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안해도 될 것 같다
얼마쯤 산길을 걸어가자 날이 밝아 랜턴은 집어 넣고 스틱 사용법을 배워 그걸 사용해 보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275봉은 이름만큼 호락하지 않은다
오르막 내리막을 몇 차레 하고도 밧줄로 연결된 경사지를 또 올라야 한다
마등령까지 절반 지점이 1275봉이다
1275는 해발 높이를 말하는 것으로 이 구간의 등산로가 자장 험하고 위험하다
보통 능선은 완만하면서 능선을 이루는 것인데 이곳 공룡능선만은 능선이라기 보다 공룡의 등뿔처럼 솟아 있는 봉우리를 오르내리락 해야 한다
100~ 200m쯤을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르고 올랐다가 다시 내려 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그것도 경사가 70~80도의 수직 암벽이다
밧줄이 늘어져 있어 이것을 잡고 매달려서 올라야 한다
1275봉에 도착했을 때 미리 온 등산객도 있었고 희운각에서 같이 잔 여성 등산객도 도착해 있었다
새벽 햇빛을 받아 반사하는 봉우리마다 박힌 바위들은 보석처럼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반짝인다
능선 어디에서나 바로 보이는 울산바위 위용은 가는 길목마다 위치를 알려주는 북극성 같이 기준점이 되는 것 같다
시야를 좀 더 멀리 보면 푸른 동해 물결이 아침 햇살에 넘실거린다
여기 공룡능선에서는 바위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그냥 바위가 아니고 하나하나 전설이 스며 있을 것 같고 형형양양 물형을 연상케 하는 기기묘묘의 바위들
크게 보면 공룡능선이요 하나하나 떼어서 보면 따로따로 이름 하나씩 붙여 주어야할 명품 바위들이다
일행 중에 저 바위 하나만 서울 근교 산에 갖다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시주하러 몰려 들 것이라는 죠크를 던진다
어느 바위인지 쓰여 있질 않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바위의 생김이 만물상을 닮은 바위 앞에서 형태를 찾아내어 카메라 초점을 맞춰 찍어 보기도 했다
부처님. 원숭이. 황소....
국립공원에서 스토리텔러 작가 몇 분을 위촉해서 이 코오스를 탐방하면서 이야기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면 훨씬 재마있는 공룡능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쯤 가다가는 용왕님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를 만나러 용궁에서 산으로 올랐다는 거북이 한마리가 바위 위에 올라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모습도 보인다
마등령이 눈 앞에 다가설 때쯤 등산로가 막히고 데크로 만든 계단길이 나타난다
마등령은 폐쇄하고 곧 바로 하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지점 안내판에 여기가 마등령이라고 써 놓았다
마등령에서부터 줄곧 내리막 길이다
돌 계단도 아니고 듬성듬성 돌 징검처럼 놓인 하산길은 어느 길보다 힘들고 위험하기도 하고 지루했다
내려오는 체중의 부담만큼 발에 충격이 가해지고 가깝게 또는 멀리 있는 돌을 살펴 걸음을 걷는다는 것이 힘이 더 든다
체력은 바닥나고 흥 북돋을 술은 떨어지고 다리와 허벅지에는 서서히 통증이 엄습하고 가장 힘든 지점이다
어지간하면 힘들다는 말씀을 하실 분이 아닌 강회장님도 역역히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입이 거칠어진다
다시는 이 코오스로 오는 등산은 안 오겠다고..
그러다가도 눈 앞에 나타난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보면 감탄하고 다시 힘을 받아 기운을 차린다
그림에서 저런 모습의 소나무를 그릴 수 있을까
나도 요즘 소나무를 그리고 있는데 수묵화에서 소나무는 실상보다 멋진 모습만을 만들어 그린다
더 古松처럼
더 高松처럼
더 孤松처럼
더 苦松처럼
이렇게 수묵화속의 소나무는 화가의 의도에 따라 달리 그려진다
역시 나무의 백미는 소나무요, 노래중의 아리랑은 소나무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소나무 생김 생김을 샅샅이 찍어 본다
이 하산길에 금강굴이 있다
금강굴은 원효대사(AD 617~686)가 수행하던 암굴로 원효대사의 금강삼매경론에서 따온 명칭이라 한다. 거대한 암봉인 미륵봉 중간지점에 위치하여 100여M가 넘는 낭떠러지를 철 계단을 타고 오르는데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심약하거나 고소 공포증 있는 등산객은 자제해야할 것 같다
금강굴에는 작은 절간이 마련되어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법사가 있어 인생삼담을 하고 있었다
나도 금강굴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께 삼배로 배알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비선대 아래 계곡수가 흐르는 지점에 다 내려 왔을 때 김대장이 모두를 불러모아 여기 술 한병 감춰둔 것이 있으니 작별의 예를 갖추고 가자고 한다
베낭속을 뒤져 안주와 소주 한 병을 꺼내 설악의 백미 공룡능선과 작별의 잔을 부딪쳤다
등산을 마치고 고성 대진항으로 차를 몰아 방금 잡아온 문어 숙회와 자연산 참돔회로 아픈 다리 통증을 주흥으로 잊게 해준 쫑파티에서 이번 설악의 비경을 찾아 나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룡능선의 무용담은 눈 앞에 철석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잦아 들고 았었다.
힘들고 어려운 통증을 참으면서 1박2일 같이 산인으로 체험해준 강회장님과 백승걸 친구에게 고맙고 길잡이해준 김대장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리면서 생애에 잊지 못할 설악산 공룡능선 탐방기를 맺는다.
***** 졸시 한 편 남긴다
큰 산에 오면
박 영 대
물에도 뼈가 있다
바위애 뼈가 있다
나무에 뼈가 있다
풀에도 뼈가 있다
바람에 뼈가 있다
다 아우르는
산에 오면 뼈가 있다
햇빛에서 뼈가 보인다
달빛에서 뼈가 보인다
별빛에서 뼈가 보인다
계절에서 뼈가 보인다
동서남북에서 뼈가 보인다
다 아우르는
산에 오면 뼈가 보인다
어둠의 뼈
밝음의 뼈
사랑의 뼈
애증의 뼈
고사목 한 생
뼈를 생각한다.
공룡능선의 고사목
새벽 희운각에서 아침 식사 준비
공룡능선 출발 준비
동쪽 하늘의 붉기
아침놀의 시작
희운각 전망데에서
아침 샛별을 찍다
현재지점 설명이 없는 이정표
대청봉 산사태 모습
산장에서 같이 잔 등산객
눈이 띤 호수바위. 사람 하나쯤 들아가 목옥할 수 있겠다
울산바위 위용
용궁의 거북이 한 마리
고사목
1275봉
1275봉
울산바위
중청 기상대
용아장성
부처님 바위
원숭이 바위
황소바위
멧퇘지바위
봉정암 부근에서 작업하는 헬기
마등령길은 폐쇄. 여기가 마등령.
설악 단풍의 견본
高松
孤松
苦松
저 뱌랑에 암자가 있다 원효대사가 수행한 금강굴
금강굴이 아스라이 보인다
금강굴을 오르다. 대단합니다
금강굴 하위층
금강굴 오르막 계단에서 본 풍경
금강굴 아래 절벽
금강굴 오르다가 찍은 설악
원효대사가 수행하셨던 금강굴
금강굴 입구 계단
금강굴 입구
금강굴에 모신 부처님
외국인 소녀에게 같이 찍자고 했더니.
친절하기도..
상담해 주는 법사
금강굴에 찍은 바깥 풍경
아스라한 계단
금강굴 계단, 죄가 없어도 겁이 난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해탄을 건너서 윤동주를 찾아서. 서울시인협회 해외 문학기행 1 (0) | 2017.12.19 |
---|---|
현대시인협회 해외 탐방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다 (0) | 2017.09.15 |
설악의 비경 천불동 구간 ( 설악동~희운각 산장 ) (0) | 2017.09.02 |
박옥태래진 시인 고흥집 방문 (0) | 2017.08.10 |
제갈공명의 무후사 (0) | 2017.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