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 열대야의 피서
너무 더워 밤이 두렵다
오후 해가 막바지 열기를 아파트 벽에다 몽땅 쏟아 놓고 간 후유증은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도시 사람들 몫이다
초저녁까지는 에어컨 힘을 빌린다지만 잘 때까지 켜 놓을 수는 없는 일
에어컨에 식힌 실내가 벽이 쏟아내는 열기에 덮혀지면 잠은 어느 새 고통이 된다
요즘은 겨울에는 난방이 잘 되어 지낼만 한데 여름 더위는 턱을 치켜 받는다
전기 사용량도 겨울보다 여름이 더한 걸 보면 여름이 지내기 힘든 계절이 되고 말았다
이럴 때 고향집에서 모깃불 피워놓고 한가로이 부채질하며 지낸 어린 시절이 저절로 생각난다
요즘 사람들이 좋은 건 알아가지고 주말이면 산골이나 바다로 주말 여행을 떠나는 게 추세다
그래서 주말에는 산촌 해변이 도시보다 시끌벅적하다
토요일 밤을 자연과 함께 지내려는 생활 수준이 요즘 사람들의 평균이 되었나 보다
요즘 더위는 부채로 해결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지만 찬물에 몸을 식히고 가벼운 차림에 물기를 마를 때까지의 부채 바람은 어릴 적 고향 시원한 바람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써 놓은 「부채 」라는 시를 꺼내 읽어 본다
부채
박 영 대
여름밤이 드러 눕는다
시골집에 모인 화기애애
집 지키고
집 떠나고
집 맴돌던
손에 손에 바람 바람
별빛 한 소쿠리
우물물 한 바가지
풀벌레 울음 한 옥타브
휘휘 저어 한 동이
바람 한 사발 둘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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