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도덕이를 구출하라

아리박 2017. 8. 11. 18:49

도덕이를 구출하라


 전날 밤의 무리한 문학 담론에, 하루 종일 해변 여행에 심신이 지쳐 어젯밤은 시낭송 감상을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다

그래도 시낭송 감상하고 새로 발견한 진주 김시인의 낭랑한 목소리에 몇 편의 시를 읽고 시낭송에 대한 각자의 소견을 발표하느라 11시가 넘어서 자리를 펴고 누웠다

집을 나서면 잠을 못자고 불면에 시달린다는 진시인이 화장실을 다니느라 밤새 부산을 떨고 다들 잠에 취해 있을 꼭두 새벽에 혼자서 산책을 한다고 나갔다고 한다

 

동네 한바퀴를 돌고 있는데 어디선지 강아지 울음소리를 들려 찾아보니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를 발견했단다 

허겁지겁 돌아와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행들을 깨운다

잠을 덜 깬 시인들은 부슨 일이 일어났냐며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동네 하수구에 강아지가 빠졌는데 구해 주지 않으면 큰 일 나게 생겼어요

혼자서 구하려고 해 보았는데 깊어서 꺼내 줄 수가 없어요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말을 해도 별 무 관심없이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면서 그냥 가버리네요

빨리 나가서 구해줍시다

아기 강아지인데 먹지도 못하고 무서운지 구해 달라고 울고 있어요"


강아지보다 진시인의 큰 눈에서 곧 눈물이 쏟아질 지경이다

평소에 씩씩하고 말도 쌔게 하고 행동도 굵어서 눈물 같은 건 없을 것 같은 진시인의 다른 모습이다


다들 지쳐서 잠을 청한지라 누가 선뜩 나서지 않자 방문을 열락달락하면서 좌불안석이다

나도 몸이 좀 피곤하기는 하였지만 진시인의 저런 모습이 안되기도 하고 진시인은 가주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보내는 눈치였다


얼마간 게으름을 피우다가 내가 나서자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가 수렁에 빠진 것처럼 고마와 한다

골목과 마을 앞을 지나 비닐하우스 몇 동이 지어진 곳에 같이 가 보니 차가 다니는 길밑에 하수구를 묻었는데 출입구에 수채구가 있고 어떻게 빠졌는지 어린 강아지 한마리가 하수구에서 나오지 못하고 속에서 낑낑 울고 있었다

하수구는 좁아서 사람이 들아가기에는 비좁고 깊어서 어찌 해 볼 방법이 없다

겁에 질린 강아지는 점점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하수구 덮은 쇠망을 빼내면 구해내는 작업을 하기가 쉬울 것 같은데 시멘트로 발라버려 떼어지질 않은다

낚시할 때 쓰는 뜰채를 준비하고 갔는데 짧아서 닿지 않은다

하수구쪽 좁은 구멍 안으로 최대한 몸을 집어 넣고 팔을 뻗어 보지만 닿지를 않은다


안되겠다 119에 신고하자고 달래 보았으나 진시인이 울먹이며 이런 시골에서 무슨 신고하느냐 오기전에 강아지 죽겠다고 발을 동동 굴린다


더 사람을 동원하거나 구출 장비를 가져와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차를 몰고 지나가는 마을 사람에게 구조를 부탁했으나 바쁘다며 그냥 가버린다

한참을 진시인과 둘이서 애를 써 보았지만 방법이 떠 오르지 않은다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분에게 말했으나 그도 역시 모른 체 한다


일단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 더 사람들을 불러오자며 집으로 오는데

비닐하우스 옆에 쌓인 폐자재에 긴 장대가 보였다. 언뜩 저것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10여m가 넘는 장대를 가져와서 긴 장대로 강아지를 밀어내려고 하는데 강아지가 겁에 질려서인지 깨갱거리며 속에서 나오려고 하지를 않은다 수차레 강아지를 정신 못 차리게 해서 밀려나온 강아지를 진시인이 뜰채로 낚아채서 천신만고 끝에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진시인과 강아지, 나도 함께 하수구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되어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 왔다


집에 와서 목욕을 시키고 털을 말리니 예쁜 강이지였다

그런데 이 동네 사람들에게 강아지를 키울 사람을 찾았는데 모두 손사레를 친다. 귀찮은 듯 필요 없다는 것이다

구해 놓은 강아지 처리가 더 큰 문제였다.

진시인에게 데리고 가서 키우라고 하니까 집에 강아지 2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더는 곤란하다고 한다. 박시인도 강아지 키울 형편이 아니란다.나도 마찬가지다


궁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보령 시와 숲길 이양우 시인집에 보내 키우라고 주자는 의견을 박옥태래진 시인이 냈다

집도 넓고 지난 번에 강아지를 보내준 적도 있어서 그 강아지가 잘 크는지 보기도 하고 갖다 드리자고 제안했다

모두 다른 안이 없으니 만장일치였다


강아지 이름은 여러 안이 나왔으나 고흥집 도덕면에서 구출한 강아지이고 키울 의사를 묻지는 않았지만 이양우 시인의 평소 성품인 도덕과 한학을 중히 여기시는 분이니 잘 맞을 것 같아 도덕道德 이라 하지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모두들 도덕아~ 도덕아~

씻기고 말린 강아지가 어찌 예쁘던지 한번씩 불러주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물어 보지도 않고 상자로 집을 만들어 도덕이를 데리고 고흥 육지 끝에서 보령까지 강아지 분양을 위해 다른 여행 코오스를 생략하고 길을 서둘러 이양우 시인댁으로 찻길을 제촉했다


이양우 시인 집에 도착하자마자 강아지를 들이미니 여기도 강아지를 6마리나 새끼를 낳아 필요 없다고 한다. 뜨끔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정을 말하고 이름까지 정곡 시인님을 생각하며 도덕이라 지었다며 진시인이 갖은 애교를 떨며 모든 시인들이 부탁하니 마뜩찮으나 그냥 받아 주었다. 마침 손녀들이 와 있었는데 예쁜 도덕이를 보고 좋아하니 그 몫도 크게 한 몫 작용했으리라


시와 숲길 시비공원에 들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비들이 세워진 시비공원을 들러보고 강아지 입양도 마치고 돌아왔다.


도덕아~

새 친구들이랑 시와 숲길을 마음껏 뛰어 다니며 잘 살아라.



도덕이가 빠진 하수구


  겁에 질린 강아지가 더 깊이 빠진다


  아스라해진 강아지




  구출해 집에 데려온 강아지, 하수구물에 빠진..


  김시인이 목욕을 시키고


  진시인도 거들고


  애기처럼 목용시킨 두 여인


  그래서 여자는 다른가보다


  목욕이 끝나고 같이 화장하고


  새로 태어난 도덕이


  도덕이의 고향집











  시와 숲길 이양우 시인님 서재에서


  이시인님의 손녀들이 도덕이를 좋아하고.


  도덕이가 살 無何齋(무하재)



                            시와 숲길 시비  수양하소서 / 박옥태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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