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가을 유혹.
목화토금수 오행의 걸음이 흐트러졌다
때가 되면 찬 기운이 나고 푸른 잎파리들도 화려하게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어 마무리하는 것이 이 즈음 자연의 순리인데
올해는 단풍이 들기도 전에 가뭄이 심해서인지 푸른잎들이 말라져 간다
산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말라있는 중간 중간이 상처처럼 아파 보인다
비가 오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 맞춰 봄 여름이면 적당히 내려주고 가을이면 나무들 물이 덜 필요할 땐 햇빛으로 열매 익게 해 주는 것이 대개의 자연이었다
왠일인지 올해는 봄부터 지금까지 비다운 비가 한번도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살다가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불현듯 나타나서 당황하게 만든다는데 올해가 그꼴이다
그러니 나무들도 단풍들고 낙엽지는 정상적인 순환을 하지 못하고 한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산촌에는 시기에 맞춰서 꼭 해야할 일들이 정해져 있다
책상앞에 다이어리를 놓고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나무들이 풀들이 정확하게 시기를 알려 주어 할 일을 만들어 준다
그 시기를 놓지면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예측이 전혀 들어 맞지 않은다
해야할 때에 할 일이 없어지고 나와야 할 때 결실이 나오지 않은다
그러나 우등생은 어디서나 있게 마련이다
긴 가뭄에도 버티고 견뎌내어 결실을 맺어 주는 우등생 나무들이 나를 유혹한다
뜸하게 찾아온 사람을 홀대하지 않고 지극으로 맞아해 준 가을 나무가 더없이 고맙기 그지 없다
아직은 푸르러야 할 나무가 죽은 나무처럼 ..
그들로 보아서는 저런 나무가 우등생인지도..
가뭄을 이겨내고 튼실한 결실을 주는 감나무..
견디다가 견디다가 홍시로 ..
마당 한 복판에 들깨나무의 가을 유혹
감잎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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