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봄 박 영 대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저 밑에서 꾸물거린다 애벌레 같은 강물이 굼틀굼틀 새순을 갉아먹고 연한 햇살은 배고픈 나목들의 아침거리가 된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기억보다 이미 잊힌 내 사춘기에 스쳐 가버린 그 기억 때문에 말도 꺼내보지 못한 주저 올 봄엔 뿌리내리자고 구근덩어리 같은 다짐에 물 적셔 틔운 다가가지 못한 미적거림 시작이 늦은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새가슴이 발목 잡는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속내 감추려는 어설픈 떨림이 또 한번 옷을 갈아입는다 흩날리는 연초록은 너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위장 서툰 의도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곧 들킬 것만 같은 내 봄의 어설픔 그래도 매일 밤 너의 신록으로 덮고 자는 건 알고 있니? 소백산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