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달도 저물고 어두워져
밤 기운 살피지 못하고 잠이 들었는데
바깥 밝아지기 전에는 어둠에 싸여 분간할 수 없어
그냥 아침인가 했다가 누워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벌떡 일어났다
밤새 달그락 명판 흔들리는 소리에 골바람이 부나 생각했는데
동녁 터오고 어스름 걷히며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바람만이 아니었구나
또
바람과 함께 춘삼월 설중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홑이불 같은 얇게 덮은 모습이 아직 추운 산에 초목들 안스러워 걱정으로 덮은 것인지
막 터오는 꽃망울 시샘으로 질투하는 것인지
삼월도 중순이면 남녁에서는 훈풍에 꽃소식 전해 오는데
이곳 산중에는 아직 이른 모양이다
막 깨어 피어 오르려다 깜짝 놀란 것은 꽃봉오리만이 아니라
잠 깨고 바깥 풍경을 본 두 눈도 놀란다
찬바람에 나무들 이불 덮어 준 것인지..
선잠 깨우는 명판. 밤새 저 혼자 그리운 모양이다..
새로 돋아나는 움들 시샘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