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

일상적 언어와 예술적 언어

아리박 2012. 2. 15. 14:54

- 일상적 언어와 예술적 시어 -

시에 있어서의 재료는 언어이다. 언어는 일상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시의 창작의 경우에는 일상적 어법이 변형되거나 파괴된다.

우리가 시를 쓰는 것은 현실(사실) 이상의 것(세계)을 추구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자연발생적인 일상적 언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표현을

위해 낯설게하기로 싱싱한 지각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일상적 언어 예술적 시어
자연 발생적 낯설게 하기
설명적(인과율) 표현론(목적론)
재료 기법
이야기 구성

인간은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창조성을 타고 났는 바,

이 창조성을 계발하여 언어를 자유자재로 표현함으로써

미적인 기쁨을 누리고자 한다.

여기에 일상적 언어를 지나 예술적 시어로서의 가치가 주어진다.


창가에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오붓한 자리
빵에는 쨈을 바르지요

오 아니예요
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 먹어요.


불빛 아래서
들어요
둘이서만 만난 고요한 자리
잔에는 포도주를 따르지요
오 아니예요
우리가 둘이서 잔에 따르는
이 포도주는 포도주가 아니라 꿈의 즙
우리는 진한 꿈의 즙을 가득히
잔에 따라 마셔요.

나는
당신 앞에 당신은
내 앞에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오 배가 불러요
보세요 우리가 정결한 저를 들어
생선의 꼬리만 건들여도
당신과 내 안에 들어와서 출렁이는
이렇게 커다란 바다 하나를.

전봉건의 시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전문이다.

이 시에는 설명되는 일상적 언어와 표현되는 예술적 시어가 공존하고 있다.

설명되는 일상적 언어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거니와 표현되고 있는 시어,

가령 첫연 뒷부분 4행(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 /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

빵에 얹어서 먹어요.)라든지,

2연의 뒷부분 4행(우리가 둘이서 잔에 따르는 /

이 포도주는 포도주가 아니라 꿈의 즙 /

우리는 진한 꿈을 가득히 /

잔에 따라 마셔요.)은 일상적 상식의 범주 내에 있는 사고가 아니라

비일상적이며 비상식적인 비인과율로서의 사고로서,

시창작이라는 미적 목적을 위한 '낯설게하기'로서 예술적 시어를 도모하고 있다.

이 시는 종래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새로운 사고와 기법으로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에서의 "빵에 바르는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예요."하고

일상적 상식선의 공간관념을 파괴하는 동시에

새로운 낯설게하기를 도모함으로써 새로운 싱싱한 언어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시정신은
'우리가 둘이서"다. 사랑에 젖는 심상에서는
이러한 비일상적인 공간관념이 시어로 통한다.

둘이서 도모하는 사랑에는 되지 않을 게 없다고 하는 시정신이 결말에 가서 해명되고 정리된다.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
사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오 배가 불러요
보세요 우리가 정결한 저를 들어
생선의 꼬리만 건들여도
당신과 내 안에 들어와서 출렁이는
이렇게 커다란 바다 하나를.

이 결말 부분은, 둘이서만 만난 둘만의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 심정적인 치열성이 내비치고 있다.

- 국학자료원 황송문 지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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