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아리박 2012. 2. 15. 14:50

시를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강사/신재한

제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시를 어떻게 감상해야 합니까?"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척 의아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저는 "시란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라 생각하는데
시를 감상함에 있어서 읽고서 느낌이 오면 그만이지
"뭘 어떻게 감상 하는가??" 라는 말이
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습니다.

한참을 지난 후,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람의 말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근무할 때 예술대학에서 공연 티켓을 주기에
딸 아이와 공연을 관람하러 다닌 적이 있는데
1,000원 짜리 팜플렛이 사기 아까워 그냥 공연을 보았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딸 아이는 공연 내용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고
저도 대충은 알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공연 중간에 팜플렛을 사가지고 들어와서 보았지요..
그제서야 얼마나 이해가 빠르던지..
공연의 감동도 더 커지게 되더군요..

아마 제게 질문하신 분은 이러한 심정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느낌은 다가오는데 도무지 뭔 말인지는 모르겠고..."

제 말이 정설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시를 감상하는 내용을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보통은 시를 은유적 표현의 시와
평서문적 표현의 시로 나누어 봅니다.

평서문적 시는
의미전달이 확실하므로 보기에 난해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좀 단순하지요..
평서문적 시를 구사하는 대표적 케이스가
용혜원 시인을 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서문적 시는 기술적으로 잘 구사하고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확실해야 감동이 오지
일반 평서문적 내용이라면 시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따라서 감동도 없고 식상하고...

일반적으로 평서문적 시는 제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감상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은유적 표현이 들어간 시가 감상하기 어려운데
은유도 한 번 은유 처리를 하였는가 두 번 세 번 은유 처리를
하였는가로 나누어지며,
은유처리를 많이한 시 일수록 난해하게 보입니다.
은유시는 은유처리의 기법과 묘사가 어설프면
도무지 무슨소리를 하는지 알 수도 없고 감동도 없습니다.

하지만 묘사가 너무나 훌륭한 은유시는
여운도 길게 남고 자꾸만 되돌아 보고싶어지게 합니다.
시의 완성을 확실한 은유의 구사로 보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쌤플로 은유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봄에 진달래 꽃을 보고서 감동을 받아 서정시를 쓰면서

"아! 진달래꽃이 예쁘게 피었다."하면 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혁명시에서 진달래꽃을 투사로 은유처리하고
예쁘게 피었다를 혁명봉기하였다로 은유 처리한 경우는
평서문이라도 은유가 됩니다.

일단은 서정시를 가지고서 보는 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달래꽃이 예쁘게 핀 것을 보고서

- 진달래꽃이 예쁘게 피었다 => 평서문
- 붉은 울음 토해내는 진달래 꽃 => 1차 은유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1차 은유가 들어간 것이 그럴 듯해 보이지요..

제 시는 1차 은유와 평서문을 조합한 시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다 은유로 처리하면 난해하기 때문에
평이한 언어로 쉬우면서도
은유를 처리한 미적 아름다움을 구사하려는 것이지요..

저는 아직 수준이 되지 않아선지 2,3차 은유 처리는 못하고 있습니다.
뭐 노력을 하는데도 머리의 한계인지 잘 되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2,3차 은유의 대가이신
서사하라 박성근 시인님의 작품을 가지고 설명드리겠습니다.


사랑

상처가 없으면
풍경을 잃은
맹인의 눈 처럼
사랑은 없다.

그러나 나는
상처가 두려웠다.

- 박성근

언듯 봐서는 가슴에 찡하게 남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조금 아사무사 하지요..
하지만 이 글은 3차에 걸쳐 은유처리를 한 훌륭한 글입니다.
그러니 뭔지는 몰라도 가슴에 찡하게 남는 것이지요..

박시인님의 작품을 제 맘대로 거론 해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위하여
이 시를 제가 해설 해 드리겠습니다.


문장을 분석하면

"상처가 없으면 사랑은 없다"의 내용입니다.
이 말만 하더라도 가벼운 은유가 들어 있어 감동을 주는데

"사랑은 없다"를 수식해 주는 수식어 "풍경을 잃은 맹인의 눈처럼"이
들어있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이 것이 2차, 3차 은유입니다.

사랑은 아름답다고 침튀며 강조해봤자 감동이 없으니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을 아주 함축적이고 멋지게 표현한 것이 "풍경"이었고
그런 사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것을 "맹인"으로 표현하여
사랑이 없으면 암흑과 같다는 표현을 한 것이 너무나 기가 막히지요..

요기까지만 해도 왕감동인데..

시에서 핵심이라고 하는 반전의 묘사를 너무도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상처가 두려웠다"

이제 이해가 조금가지요..

이런 시는 고도의 훈련과 절제의 미를 연마하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것이지요..
때문에 저도 구사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무척 이 분이 부럽기도 합니다.


순수시를 하시는 문인들은 대부분 시에 있어서
"기,승,전,결"구조를 무척 좋아하고
은은한 은유부터 출발하여
고조된 은유로 발전해 크라이막스에 오른 다음
결에서 반전을 시도하는 것이고
그 반전의 의미가 아름다움의 추구던가
훈훈한 감동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끔은 나도 / 강승애


나는 나무 속에 있고
당신은 길 위에 있습니다
비가 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나는
그 나무 속에서 내려서지 못하고
오르지도 못합니다

가끔은 나도 당신처럼
오르고 내리며
태양을 향해 걷고 싶습니다
걷다 보면
태양의 빛이 끝나는 길 위에는
별들의 길도 열리겠지요

걷다가 걷다가
걸음의 속살 벗겨져
낯선 길에 주저 앉으면
벽 거스르고
초롱꽃 향기 번져나는 미소로
내 손 잡아 줄 건가요
아니면
머리 들어 하늘 오르지 못하고
돌담 쌓을 건가요

지금 내 귓가에선
숨은 가지 타고 흐르는
머언 계곡 물소리가 들립니다


꼭 시만 아니라 작품이라 하는 것은 대부분 반전이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습니다.

제 졸작 생활글 " 넌 내가 좋으냐?"가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맨 마지막에 들어가는 반전에서 "표현은 퉁명하지만 마음은 아내를 사랑함"이
표현되었기 때문인 것이지요..

길게 말하고 싶지만..
강의료가 들어오지 않으니 이만 줄입니다.
자! 그럼... 시를 재미있게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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