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토요일로 가는 승용차

아리박 2011. 12. 8. 15:27

토요일로 가는 승용차 / 박영대

 

 

집 나설 때 따라 나서는 

어디 가는지 다 안다는 듯이 승차감이 좋단다

대문 나서면 핸들잡이 맘에 달렸는데

음습한 여름 길이나 눈 덮인 겨울에나

가장 믿음직스러운 바퀴에게 몸을 맡긴다

 

아직도 수레라고 쓴다

종신 고용된 머슴 짐 지워진 신분

옆에서는 가마라고 고쳐 부른다

가마 타고 토요일 가기

시를 써서 이만큼 아내에게 즐거움 준 적 있는가

 

침대보다 더 아늑한 꽃등에 타서

싱싱한 연료로 맘껏 채운다

 

브래지어 끈을 풀고 가슴골 내보이는 토요일

오른발을 밟아라 평생 떨쳐내지 못하는 유랑벽

역마살 덕분이다

 

시도때도없이 토요일이 모이는 곳

네모 난 벽장문 박차고

1박 2일 만큼 떨어진 토요일

 

뻥 뚫린 공간으로

 

너도 내용년수가 다 되어 바꿨으면 좋겠다

나이 차 많이 나는 연하면 좋겠다

 

 

 

토요일로 가는 차량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  (0) 2011.12.22
울분  (0) 2011.12.18
집파트  (0) 2011.12.07
바쁜 명함  (0) 2011.11.21
불굴의 갈대밭  (0) 201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