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여행
장모님은 차를 못 타신다
그래서 여행은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
하루에 한번 외출이라는게 동네 한바퀴 걸어서 돌아 오는 것이 외출이다
서울에 병원 오실 때는 하루 전에 모든 음식을 굶고 준비한다
차멀미가 너무 심해 가까운 길 갈때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빈 속에 차를 탄다.
멀미약을 먹어봐야 소용이 없어 마지막으로 해 본 처방이다
연세에 비해 그래도 건강하신 편인데 차 타는 것만은 못 하신다
그런데 이번에 순천에서 출발 단양에서 2박하고 서울을 거쳐 다시 순천까지전국을 거의 한바퀴 돈 셈이다
의외다.
아무도 예상하지도 못했고 엄두도 못하던 긴 여행을 무난히 끝낸 것이다
이대로라면 보통 사람도 힘들었을 여로를 소화해 낸 셈이다
미수이신 장인과 장모님 모시고 예기치 않은 여행을 마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장인 장모님도 이번에 단단히 마음 먹고 해낸 것이리라
큰 딸네가 두메 산골에 새로 오두막 하나 지었다고 말은 들었는데 가 보지 못하고 그 동안 마음 조렸을 것을 생각하면 이번 여행을 잘 한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 여행을 하신 장모님.
다른데는 가보고 싶은 곳이 없지만 단양의 아리산방은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는 장모님.
방명록에 남겨 놓은 격려의 필적 잘 보관하겠습니다
이제 아리산방을 보아 버려서 후련하실 것이다
그래서인지 첫눈이 내려 환영해 주는 것 같다
순천 갈대밭에서. 이곳 갈 때에도 아침을 거르고 가셨다
큰 아들내외와.
큰아들내외 큰딸내외.
오셔 보시고 나서 좋다고 칭찬해 주신 아리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