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치마 벗기지 마

아리박 2010. 5. 20. 07:28

치마 벗기지 마

 

      - 단양 오스타cc 우중 라운딩 -

 

  친구들이 아리산방을 방문하고 모처럼 기념 골프를 했다 

 

오월 십칠팔일 이틀간 단양 오스타cc에서 오랜 친구들과 오랫만에 라운딩을 했다

 

두번째날.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아침까지도 그침없이 내린다 

 

  골프는 한번 시작하면 네다섯 시간을 하게 되니까 그날의 날씨와 관계가 깊다. 고르고 좋은 날도 있지만 날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하루 중에도 변화가 심하다

 

  오늘같은 우중 라운딩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플레이중 비 때문에 일어나는 재미있는 실수들

스타트하우스에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중도에 비가 더 내리면 접을 것이냐  계속할 것이냐

이런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게 된다

골프는 네명이 한조를 이뤄 하는 것이기에 의견도 통일해야한다

 

  골프 약속은 부모상을 제외하고는 지켜야 한다는 시쳇말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약속 이행 부담이 지워져 있어 어떤 약속보다 잘 지켜지고 있다. 이런 것이 골프를 하게하는 매력인지 모른다

 

  그만큼 사전 예약과 준비가 필요하고 무게감(?)을 갖고서 골프 약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고 계획한 약속이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

 

  동반자와의 무게감있는 약속이기도 하지만  자신과도 준비된 약속이기도하다.  비가오고 바람이 부는 것은 하루중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다반사이다

 

 

골프 장비에는 골프 클럽과 골프볼 같은 직접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우산 우의 바람막이 보온덧옷 자외선 차단 화장품 같은 날씨 변화에 대한 품목도 필수적인 골프 용품이다. 골프화에는 스파이크가 붙어 있는데 스윙할 때 자세를 잡기 위함도 있지만 눈비올 때 미끄럼 방지를 위한 장치이기도하다

이런 것으로 보아 골프는 날씨와 관계없이 하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내 경험으로 보아 비가 오는 날 시작해서 끝까지 못한 경우가 한두번 밖에 안된다

그 때에도 나는 중단하고 싶지 않았지만 동반자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 조금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비오면 우산에 비옷 입고 추우면 덧옷 하나 더 껴입으면 끝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중 플레이를 끝내고나면 궂은 날씨에 다 돌았다는 뿌듯함도 있다

극한을 견디어 준 자신이 대견스럽기도하다

그래서 우중 플레이가 더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낸다

또 하나의 즐거움이고 추억거리다

 

  친구들.

 

  그 우중에서도 남 14번 숏홀에서 모두 온시켜 파로 마무리하여 캐디 언니에게 낯이 선 기쁨이며,  큰 호수위로  여의곡 닮은 분홍빛 진달래 화단에 숨은 계곡이 흐르는 야릇함이며,  무엇보다 그날의 백미는  빗속에서도 강주 친구의 총알같이 나가는 드라이버 샷이었어. 대단하더구만, 그 파워.

 

 또 한가지 그 비 맞아가며 불평없이 우리를 도와준 진영이 도우미에게서도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일에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에 얼마나 좋았어. 

 

  그렇게 힘든 라운딩 무사히 끝내고 따끈한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니 좋지 않았나. 첩첩산들이 그려내는 안개에 싸인 한폭의 진경산수 동양화를 어디에서 볼 수 있단 말인가. 치마 비옷을 입은 점잖으신 친구들의 모습 또한 눈요기의 한 재미였었네. 

 

 

내 치마 벗기지 마 ! 

깔고 앉으면 치마 벗겨지잖아..

카트에서 벗겨지려는 비옷 치마를 사수하려는 순진한 남자들의 개그.

 

  그렇지만 이번 단양 오스타 라운딩은 참으로 힘든 우중 플레이였네

그날 전홀을 다 돈 팀이 두팀밖에 없었다니까. 포기하고 중단하고.

우리도 그리 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나이에 이만한 어려움에 자신을 던져 건강 시험도 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았어.

한번 포기하면 자주 포기하게되니까

 

고생시켜서 미안하네

 

그리고 고맙네

 

(기억이 희미해질 훗날을 위해 동반자 이름을 적는다

  상조친구. 강주친구. 선희친구. 못된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