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 박영대
슬픔 흘리고 있네 주룩주룩
뚝뚝 떠나 보냄의 길목에서
더디 지나간 기다림
녹아 내리고 있네 희디흰 눈물 흘리며
바람의 때묻은 그늘 속에서 햇빛 피하고 있네
항거하던 삭풍
내일을 은밀히 도모하던
뜻 맞춘 친구들 이미 사라지고 있네
한 웅큼 뭉친 가슴으로 한 웅큼의 소식을 전하네
풀뿌리 부시시 잠 깨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받아 먹고 있네 가늘게 가늘게
개울에는 레퀴엠이 흐르네 멀리서 부터 점점
쉬이 부서지는 몸 부스러기
바람에
햇볕에
움켜진 손에
소멸의 강에
눈물만 흘려 보내고 있네
이렇게 이렇게
아니 그렇게 그렇게
주위와 한 몸이 되어
찬 생기로 가득한 방안에 흰 모자 쓰고
이별만 녹이고 있네
또 한번의 윤회를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