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한국현대시인상 류근조 시인, 제16회 한국현대시작품상 이창수 시인 시상식
2023. 12. 22 다리소극장(홍대입구역)에서 한국현대시인상 및 한국현대시 작품상 시상식이 열렸다
제46회 한국현대시인상에는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 류근조 시인이 제16회 한국현대시작품상에는 동대문문인협회장을 역임한 이창수 시인이 영광을 차지하였다
두 분 시인은 평생을 시 작업에 몰두하여오신 41년생, 46년생으로 팔순 칠순이시다
문학상 시상이 선정과 관련하여 잡음도 일으키는데 한국현대시인협회는 1200여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시상기준은 너무나 철저하여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 어떤 면에서는 비정하다고 할 정도이다
두 분의 면모를 보면 확연해진다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필자도 거의 뵙지 못한 분들이시다
오직 시와 함께 모든 삶을 같이 해 오신 시인들이다
이런 올곧게 시에 몰두하고 있는 시인을 수상자로 정할 수 있는 한국현대시인협회의 시스템이 고맙기도 하다
손해일 심사위원장이 밝힌 심사평에서 2023년도 한국현대시인상과 현대시작품상 심사 결과 제46회 한국현대시인상은 시집 「넝쿨장미에 대한 의혹 」(2023)을 낸 류근조 시인을, 제16회 한국현대시작품상에는 이창수 시인의 시집 「바다를 내놓은 고등어 」(2023)로 선정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류근조 시인은 시력 60년의 교수이며 학자로서 그간의 시적 성과와 연구 업적이 뚜렷하다는 점과 이번 시집에서 보여준 작품의 수준과 의미가 깊다는 점을 높이 평가 하였다, 자신의 삶과 작품과의 교호작용의 내밀한 부분까지를 언어의 명징성과 함축성을 살려 형상화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간 류 시인이 보여 주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담시 형태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새로운 의식 세계의 탐험에 따른 망설임과 고독한 시도는 팽팽한 긴장감을 주었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이창수 시인은 시를 통해 진리를 찾아 험한 실존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이다. 우주와 존재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는 철학적 삶의 태도를 취한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느냐는 의문을 시를 통해 제기한다. 인간 존재를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의하려 한다. 자신과 타자가 양자적 관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관계망 아래 존재하기 때문에 비로소 양자의 의미가 발현될수 있다고 말한다
심사위원 일동은 시작에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구축해가는 두 분 시인은 물론 독자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작품을 만난 것이 무엇보다 쁘듯했다 류근조 시인이 언어의 명징성과 함축성의 추구, 그리고 끊임없는 새로운 방법의 시도에 경의를 표한다. 또한 이창수 시인의 요즈음 일상의 사소함에 매몰되어 본원적이고 우주적인 진지한 사유가 부족한 시대에 우주적 시원과 시간의 실제와 삶의 본질 탐구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라고 밝혔다
심사위원장:손해일/ 위원:김용재 양왕용 이승복 안혜경 임문혁(글)
수상소감을 보면 두 분들의 삶이 짐작이 간다
류근조 시인은 60여년 시마에 시달리며 시를 써왔지만 고교 백일장 장원 한번, 문예춘추 신인상 시부 당선이 고작이었단다 늦은 나이에 가장 규모가 크고 의미있는 수상을 앞에 두고 세번째로 겸연쩍어 한다
이창수 시인은 밤의 박쥐처럼 은밀히 외면받는 땅을 찾아 이상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못 본 것을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심지 올린 등잔불이 어둠을 밝히듯이 작품 세계를 펼치며 더욱 매진하라는 의미로 받아 들인다고 말한다
수상자의 시
개포동의 어둠 / 류근조
선배와 함께 술에 취해 찾아간
개포동 288번 버스 종점 부근의
어느 숲속 소문난 집인가는
철 늦어 이미 철수해 버렸고
마침 대모산 기슭을 내려오던 어둠은
한눈에 보아도
학비를 버느라 책 한 권 읽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방학을 힘겹게 보낸
대학생의 고단한 허리처럼
등이 하얗더라
형광등 불빛을 받아 등이 허옇더라
그리고 포장마차의 커튼마저 새끼로 묶여진
깊은 한밤중
비정하게 가로등만이 깨어있어
어느덧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알겠더라
어머니의 바다 / 이창수
어머니는 집이었고 밥이었다
어머니는 집을 매고 삶을 휴대하고 다닌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못내 그리워
페부 깊숙이 구멍이 뚫려나가고
허전한 마음이 휑하여 밤이 이울도록
켜로 쌓여 손길이 닿는 곳마다 흔적이 고여 있다
어머니는 한 번도
그녀 자신이었던 적이 없는
자기 자신의 몸을 던져 자식을 위하여
어떤 희생도 감수하면서
모든 걸 죄다 내주었다
삭품에 살을 에듯 어머니의 곤고한 삶에 고목이 들고
주름진 얼굴에 박제된 검버섯은
액자 소설처럼 파란 많은 생에 훈장처럼 꽃으로
피어났다
궂은 날씨엔 삭신이 쑤시고 옆구리가 시리고 팔다리 저리어
뼈마디마다 바람이 송송들고
남모르게 흘리는 눈물이 흥건히 두 눈에 괴어 바다가 되고
먼 산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무거운 눈꺼풀이
힘겹게 세상을 들어 올린다
오늘 시상식은 대외기관 전략상 전반부에 통일문학상 시상식을 진행하고 후반부에 한국현대시인상 시상식을 하기로 한다
두 분을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나이 들어서 그만 할 때라고 나태해져갈 만한대도 펜을 놓지 않고 시작업에 몰두하시는 두 분의 시마에 혼 붙잡혀 외로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시는 모습이 저들보다 젊은 시인들에게 많은 시사를 보내주고 있다
가끔 작품속 시마앞에서 어리광부리듯 노시인의 투정이 귀엽기만하다
가족과 함께 오신 두 분 시인들에게 첫 인사와 함께 축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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