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시중유화詩中有畵 의 시인 위상진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 』시집

아리박 2020. 9. 16. 06:51

시중유화의 시인 위상진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 」 3시집을 중신으로

 

위상진 제3시집.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

 

시집을 받았다 

평소에 위상진 시인의 시를 관심있게 보고 있던 중이었다

나와 같이하는 몇 분의 시인들과 시담 공부를 할 때 위상진 시인의 시를 텍스트로 정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후 몇 달이 지나고 있어 위상진 시인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갑게도 시집 출간 소식을 듣는다

 

구상과 비구상을 공부할 때의 경험이다

문학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론서와 작품을 많이 읽어 보았다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 잡힐 듯 하다가 그려지지 않았다

이해하려는 자세로 느껴야만 하고 받아 드리려는 뇌세포를 전부 동원해 다가가 보려고 노력했다

번번히 실패하고 문밖에서 돌아서야만 했다

이렇게 시나브로 세월이 흘렀다

우연히 미술관에서 였다

보이기 시작했다 번뜩, 비구상의 형체가.

문학에서 보이지 않던 비구상이 그림에서 보여졌다

한번 눈이 뜨이기 시작하니 아름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의 깊은 단계는 위치상 비구상의 좌표에 가깝다는 걸 지금까지 느끼고 있다

위상진 시인의 시는 비구상이다

 

정지용문학제에서 위상진 시인

 

위상진 시집에서 발견되는 비구상 이미지들

적당히 비틀어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은 거리쯤에서 경계에 근접한 위치까지 가져다 놓은 군상들을 만난다

 

표제로 제시한 「시계수선공은 시간을 보지 않는다』는 여러 문학지에서 이미 다룬 바 있는 작품이다

시인은 작품에서 시간에 대하여 집착을 보인다

어둠의 부속으로 집어내는 시간

대못에 걸려있는 전표같은 시간

해체되고 있는 상속된 유전자로서 시간

환한 곳에 숨겨진 너를 데려간 시간

이런 시간들을 시계수선공은 소리로 바꾼다

부엉이 날개 바스락거리는 소리

눈꺼풀 닫히는 소리

째깍째깍 시간이 군상에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시간에 억매여 나날이 수척해져가는 현실의 모습이다

 

 

 

「기억의 지속」 졸고 있는 유연을 찾고 있는 현대인

 

위상진 시인은 시에 화가를 등장시킨다

시중유화라고 동양의 시인들이 두고 쓰던 시정의 촌철

위상진 시인은 추상화풍을 가져와 이미저리한다

미술학도로서 자연스러운 일일 게다

이 작품에서는 살바도르 델리를 불러온다

 

이 작품에서도 시간에 집착한다

감금된 시간이 현대인의 꿈속의 시간이다

꿈꾸지 않으면 이렇게 유연할 수가 없다

민달팽이가 몸을 늘리고 가는 유연한 시간

어두운 호수의 깊이를 모르고 싶다는 화자는 삶의 유연이다

 

우리 주변의 경직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시계도 치즈처럼 늘어나고

와인색 립스틱도 날아다니고

도착시간도 지나고

카메라도 올리브 가지에 늘어나고 있다

숱제 날아오는 돌에게도 자비(유연)를 구하고 있다

밑줄을 쳐가면서 시집을 읽는 동안 시인과의 시간을 되뇌이어 본다

 

 

내 수염 끝에 피어난 꽃

당신 와인색 립스틱은 몽환처럼 날아다니고

당신 도착할 시간 60초를 지나고 말았어

또 다른 문 하나는 열어 놓았지

 

감금된 시간은 현기증으로 흐물거린다

난시처럼 흔들거리는 이상한 면적과 부피

치즈처럼 녹아내리는 시계

<중략>

우리 시간을 길게 길게 늘이는 중이거든

민달팽이가 집을 찾아가고 있네

파리떼가 달라붙은 숫자판, 참 당신은 침묵에 익숙해져 있지

입안에서 서걱거리는 잔모래, 호수의 깊이를 모르고 싶어

<중략>

모서리가 닳은 사진 내게로 다시 돌려놓았지

붓을 떨어뜨리고 엎지르며 중얼거렸지

날아오는 돌에 자비는 없다고

 

지속되는 기억은 얼마나 멀리 보이는지.

 

                                     - 기억의 지속/위상진 -

 

 

다음에 만나면 시인 위상진을 넘어 화가 위상진에 대해서 묻고 싶다.

 

 

백일장대회에서 수상 학생을 격려하는 위상진 시인(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