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해가 뜨는 서쪽

아리박 2020. 8. 9. 08:26

해가 뜨는 서쪽

장마가 계속되면서 뜸뜸히 하늘이 구름 사이사이로 파랗게 드러날 때가 있다

늘 보던 하늘이 반갑다

팔월이니까 따가운 햇살에 그늘을 찾아야 할 때인데도 한 달 넘게 계속되는 장마는 팔월의 햇살까지 그립게 한다

pandemic으로 잃어버린 일상이 소중해지듯이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내던 하늘빛조차 반가운 것이다 

예전에는 구름에다 포커스를 맞췄는데 요즘은 하늘에다 맞춘다

거실에서 하늘이 보이면 밖으로 나가 하늘의 파란색이 넓게 보이는 곳으로 나가본다

 

아침해가 떠 오를 때 동쪽 하늘보다 서쪽 하늘이 구름 사이로 파랗게 구름 커튼을 연다

먹구름 사이로 언듯언듯 드러나는 하늘 색깔이 보기 좋다

k값을 낮추어본다

 

해가 뜰 때 사진가들은 모두들 동쪽에 카메라를 맞춘다

오늘은 서쪽으로 카메라를 향한다

아침 해를 맞이하는 서쪽 하늘이 더 반가와 할 것 같아서다

귀하고 소중함을 알아주는 것은 애정이다

하늘을 가리기 위해 갖은 수단을 치는 사람들이 한 달 넘게 햇빛이 가려지고 보여주지 않으니 그 소중함을 알아 차리는 것 같다

해가 뜰 때 서쪽 구름이 엷은 놀빛을 띠고 나타나는 아침놀이 소박하면서 소중해진다

먼저 해를 맞는 동쪽 하늘보다 나중에 그 빛을 소중하게 안아 담는 서쪽 하늘 구름이 소소하게 다정해 보인다

 

지금까지 일출하면 으례 동쪽 하늘에다 초점을 두고 떠오르는 해를 받아 눈부시게 타오르는 숯불같은 아침놀을 그렸는데 요즘 아침에 서쪽이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한지 알게 된다

 

예히 알게 되는 소중한 발견이다.

 

 장마철에 드러낸 귀한 하늘빛

 

해가 뜨는 서쪽 하늘

 

서쪽 하늘이 소중하게 아침 햇살을 받아들고 있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부시게 해가 뜨는 동쪽 하늘

 

 해가 뜨는 부드러운 서쪽 하늘

 

 해가 소중한 서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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