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한계령에서 다시 읽다

아리박 2018. 10. 10. 07:43

한계령에서 다시 읽다

 

한계령에 올라 내가 쓴 글을 읽어 본다

너무 강하다는 느낌도 들고 아직도 느슨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시를 여기저기서 읽고 다니는데 한계령 1004m 그 자리에서 다시 읽어본다

 

다시 고쳐야 할 부분은 없는가

글만큼 한 자 한 자 새기면서 한계령에 누는 아니 되는가

남 앞에 나서서 읽는데 몸가짐은 바로 잡았는가

글만큼 치열했었는가

 

이 시를 썼던 그 자리에서 따끈한 차 한잔을 놓고 다시 읽어본다

 

 

한계령 1004

 

                                    박 영 대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골짜기로 지고 온 구비구비 세간 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연연했던 인연도

1004 바람 앞에서 내 생 어디쯤인지 헤아려본다

늘 오르막이었던 맨 정신으로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저지른 막무가내가 여태까지 걸어온 억지였다

 

돌부리의 갈증을 먹고 버틴 풀뿌리

모질게 고아낸 즙이 벼랑 앞에 선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면책, 면책의 목록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가 암벽으로 솟아 하늘 줄에 걸려 표백되고 있다

 

창창해서 더 생생한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내 몫만치 꼭 버리고 가야 할 다짐길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또다시 도루묵이 될 것만 같아

속죄의 죄값을 산 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벼리고 있다

 

솟아 나온 것이 아니라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이만큼은 지고 온 내 짐을 곱게 받아 주실는지

오르기 전에는 모르고 그냥 왔는데

여기서부터가 가장 낮은 시작이었다.

 

 

 

 

정영숙 시인이 서울로미래로예술협회 시낭송회에서 ~


 

 

  내 몫을 내려놓기 위해

 

 

  골짜기로 지고 온

 

 

 

 

  체면에 발목 잡혀...

 

   봉우리 하나 장식하기 위해...

 

 

  하늘 줄에 걸려 표백되고.

 

  살포시 내려온 하늘의 뜻

 

   한계령 1004m

 

 

  내 몫만치 버리고 가야할..

 

  내 짐을 받아 주실런지.

 

  내게만 관대하게 눈 감아온..

 

  창창해서 더 생생한

 

  한계령 쉼터에 짐을 부린다

 

 

  깎아지른 바위의 눈물

 

 

  여기 아니면 다시는 못 버리고 ...

 

 

  산그리메 원근처럼 둥글게..

 

  속죄의 죄값

 

  곱게 받아 주실런지

 

  세간 살이 걱정도..

 

  체면에 발목 잡혀.

 

  맨 정신으로..

 

  바위의 눈물

 

  모질게 고아낸 ..

 

  연이어 불거져 나온 옹이

 

 

  짐승의 비명을 살려낼 수 있을까.

 

  버리고 가야할 다짐길

 

  면책의 목록

 

 

  눈 감아 온 면책

 

  암벽으로 솟아

 

 

  가장 낮은 시작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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