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비 개인 아리산방

아리박 2017. 5. 31. 08:49

비 개인 아리산방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도 강수량이 많이 적어진 걸 확연하게 느낀다

의례 봄이면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풀과 나무에게 적당하게 내려주곤 했는데 요즘은 봄비가 아예 사라진 것 같다.

다들 봄가뭄이라고 야단하는데 그 뜸하던 비가 내린다

농사철에 비가 드물면 농사일에 지장이 많은데..

 

부족하지만 기다리던 비가 내리고 낙숫물 소리에 처연하게 들리고 수심에 젖어 있으니 혼자 더욱 적적하다

잠시 비가 개여 강가로 나가 구담봉과 제비봉을 만나 울적을 풀려고 차를 몰고 나가니 앞 산부터가 안개에 싸여 무산지경을 이룬다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보이는 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이런 풍경을 보려고 아리산방에 머문다

산이 안개 치마를 입고 강이 옥색 물방울 무늬 저고리를 입었다

마음이 들떠서 가슴이 뛴다

내가 안개를 타고 선계에 올라 山外山不盡을 맘껏 즐긴다

 

이런 산하에 내가 젖을 수 있어서 아리산방이 좋다

이런 풍경은 여기서도 아무 때나 볼 수 없고 일년중에 몇 차레 정도 볼 수 있을 정도

이 사진은 화가들에게 보여 주어야겠다


예전에 쓴 신록 연가를 뇌이어 본다.

 


신록 연가

                              박영대

 

띠동갑 나어린 그녀가 무럭무럭

그이에게로 다가와 순결을 들이댑니다

해 넘겨 부대껴온 고독의 옆구리를 건드립니다

터질 듯 물오른 갈비뼈와 갈빗살이 한 이불 속에서

소곤이는 짧은 봄밤입니다

어떤 사연이 저들을 사랑하게 하였는지요?

저리도 그리 처연하게 계절의 체온을 포갤 수 있을까요?

물방울 수 놓은 옥색 치마가 통사정 매달립니다

모르지 않은 나목의 얼굴에 좀처럼 부끄럼이 역력합니다

 

산에서 바람도 강에서 물결도 숨을 죽이고 기다려줍니다

이들이 모른 체하는 걸 보면

이들이 허락하는 걸 보면

한 세월 넘는 나이 차에도 불장난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저들의 틈에 남모를 눈물 하나쯤 굳어서

화창하게 피어난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띠동갑 차이보다 더 큰 초월

세한의 안 주머니에 고이 개어 둔 명주 수건

눈물이 흘리는 뜨거움 훔치고 지나가는

슬픔이 목적이었던 게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