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렇게 와 있었다. 아리산방 매화
한 20일쯤 뜸하게 아리산방에 왔더니 여자여자한 매화 진달래는 이미 피었다가 그 새를 기다리다 지쳐서 떠나갈 준비를 하고
얼굴 뻔뻔한 개나리 민들레는 펄펄 살아서 제 영역을 지키느라 분주하게 자리를 만들고 있다
학교 다닐 때도 보면 곱고 순진한 여자애들은 마음이 약해서 얼른 피었다가 소리없이 지고말고
얼굴 이쁜 꽃은 잘해야 채 한달도 못가고 그 이쁨이 지고 마는 것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생생하고 활짝 핀 매화와 두견을 놓친 것이 못내 그렇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다 보면
칙칙하던 겨울색이 산뜻한 봄색으로
노란색 개나리의 담장차지
여리여리한 매화의 갸냘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매화
보리수나무
땅두릅의 불끈 땅을 뚫고
단풍잎의 재롱
작약
그 뻔뻔한 민들레. 시도때도 없이 어디서나 얼굴 내민다
소사나무
갸날픈 진달래. 주인 같은 건 보든지 말든지 피었다가 지 맘대로 져버린다
황금회화나무 노오란 손가락 같은 ..
돌단풍
바위틈 사이에서 온갖 계집아리들이 비집고 나오고 있다
아리산방에 그녀들이 그렇게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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