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목의 기억

아리박 2014. 11. 13. 20:09

  나목의 기억

 

  星墟   박 영 대

 

나무떼들 폐경 뒷끝으로 우울증이 추적추적 내린다

모였다하면 머리 푼 비관이고 만나면 한숨이다

허리를 따라 낙엽으로 털어낸 살점 푹푹 삶고 있다

푸른 잎들이 모여 효도잔치라도 벌려야하지 않겠는가

봄에 핀 은혜를 모셔다가.

 

태어나고 단풍드는 일이

흐르다가 고인 유적지의 뼈눈물처럼

내 생일 찾아 먹기라는 걸 알았다

 

떠나는 모든 것들의 뒷모습

사철가 한 대목으로 잔 권하고 있다

 

왔다가 돌아가는 사립문을 연다

깨어난 유정란은 거기서 끝나지만 

태어나지 못한 무정란이 굳어서 태초의 생명을 깐다

은밀하게 지켜낸 치마끈 풀어

잉태한 씨알 탱탱하게 꺼내놓고

안개같은 부끄럼 걷어내고 있다

 

내가

이렇게 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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