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에 물 말아서 / 박영대
터알에서 삼복더위 한 소쿠리 담아온다
여름 자지는 풋 자지
보이거나 말거나 그냥 두고 보는 더위 먹음
이열치열이라고
찬밥에 물 말아 약찬 고추로 더위 잡는다
언제부턴가
조상들의 먹습관이 이제사 맞다고들
집집이 따라 한다
힘든 살림에 먼 나라 더위까지
무선통신을 타고 온 모양이다
열야에 지치고 입맛조차 짧아진 요즘
하루하루가 무겁다
아무리 복더위라도 조선고추에는
실실 쫏겨 뒷걸음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