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2719님의 문자

아리박 2013. 6. 20. 06:44

2719님의 문자

 

이른 새벽에 문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무슨 문자가 왔지 무심결에 확인해 보니

고로쇠 수액을 묻는 문자다

 

`이런!

지금이 언제인데 고로쇠를 찾아'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지나쳤다

그래도 생각해 보니 고로쇠를 찾아주는 마음이 고마와서 답신을 하고 난 후다

 

그런데 다음에 들어 온 문자

` 혹시 암에 좋은 건 없나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

 

가슴을 꽝 쳤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사실 올 이른 봄에 이곳에서 나오는 고로쇠 수액을 블로그를 통해 판매했다

내가 판매한게 아니라 산중 깊은 곳에 살고 있는 나뭇꾼이 받아 온 수액을 판매 홍보해 주었다

전국 각지에서 신청이 들어 오면 택배로 보내 주었는데 그것도 여간 힘들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깊은 산 비탈길로 지게로 지고 운반하는 일이며 수액이라서 당일 받아 포장해서 택배를 부치려면 바쁘기가 한이 없었다

나도 같이 몇번 도와 준 적이 있는데 물통 들고 숲길을 오다 넘어져서 물은 쏟아지고 다리를 다친 적도 있다  

의외로 마셔 본 사람들이 호응이 좋아 주문을 해 왔고 지금까지도 가끔 이런 문자나 전화를 받는다

 

 

그래.

내가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라는 생각으로 문자를 지나치고 보니 자꾸만 뇌리에 스믈스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긍끙대다가 산중 나뭇꾼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문자를 받았는데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곧장 달려 오겠단다

얼마후에 같이 상의해서 2719님에게 연락을 했다

고로쇠물은 없는데 사정이 하두 절실한 것 같아서 내가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게 있으니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그랬더니 직접 오겠단다

 

11시 넘어 도착해서 만나 보니 젊은 사람이었다

장인어른이 지금 서울 ㅇㅇ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안타까와서 이렇게 연락을 드렸다며 울먹거렸다

사위가 장인을 위해 이렇게 마음 쓰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아버지를 여의고 장인을 아버지처럼 모시고 의지하고 있는데 위중한 상태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 드리고 싶단다

참으로 드문 사위였다

 

냉장고에 얼려 두었던 고로쇠 농축액 한병을 그의 손에 안겨 주었다

고로쇠 수액이 암환자에게 얼마나 좋은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도 젊고 따뜻한 사위를 둔 그 장인에게 마음으로 위로를 드리고 꼭 효험을 보고 벌떡 일어나기를 빈다

한편 부럽기도 하다

 

오늘 하루가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나뭇꾼과 함께 날아 갈 듯한 기분으로 산중으로 들어가 산중 놀기를 게속했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란 시가 생각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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