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 찾아 온 김삿갓
박 영 대
아리산방 공사가 한창 진행하고 있는 중이어서 주말에는 공사 진행을 보기 위해 집사람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고 있던 중이었다
집 앞 마당 한켠에 정감있는 우물터를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공사하는 인부들이 해준다는 걸 우리가 그냥 해 보겠다고 샘터 만들기 작업에 나섰다
바닥은 시멘트로 하지만 우물가에는 편평한 돌을 주워다가 앉을 수 있는 자리도 되고 물 튀김도 막을 수 있는 턱을 몽돌 자연석으로 만들 계획이다. 공사하는 사람들에게 맡기면 바닥과 둘레를 시멘트로 만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니 이름 그대로 선암계곡이어서 산이며 강에 바위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돌들이 지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줄은 이제야 처음 알게 되었다.
주변에는 온통 돌 뿐이어서 흙보다 돌이 훨씬 더 많은 지경이다. 흙 한 삽을 구하려면 돌과 돌 사이에 끼어 있는 흙 부스러기를 모야야 할 판이다. 산에도 돌, 땅을 파도 돌, 밭고랑 주변에도 돌 무더기, 이렇게 많은 돌들이 있기에 냇가에 부지기수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물에 씻기고 바람에 파여 수 만년을 닳아 선암의 절경을 이루고 있구나하는 생각 가이 짐작이 간다
몇분 만난 마을 사람들에게서 이곳 물만큼 맛이 좋고 수량도 많아 더 좋은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자랑을 들어 왔다.
바로 아래 냉천 약수터는 너무도 유명해서 단양은 물론이며 인근의 외지에서도 아는 사람들은 이곳까지 와서 길러다 먹는다고 한다.
물맛을 보니 혀 끝에 와 닿는 신선하고 생기있는 물맛이 머리를 시원하게 해 주어 갈증을 가시게하고 마시고 나면 달콤한 뒷맛이 혀끝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이 맛이 감로수의 맛인가!
샘터가에 놓을 펑퍼짐하게 돌을 주변에서 골라 모으고 있었다. 그래도 샘터가에 갖다 놓으려면 앉기도 하고 빨래감도 올려 놓고 해야 하니까 눈에 보아서 괜찮은 돌들로 골라 가져다 놓고 있었다
그런데, 밭고랑 옆 돌무더기에 회색빛에 둥굴둥굴스럽고 길다란 좀 색다른 돌이 눈에 띠어 낑낑 대며 가져왔다. 평소 운동도 별로 하지 않는 탓으로 무거운 돌들을 모아 오는 것이 쉽지가 않다
팔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아프고 옷은 흙에 묻어 엉망이 다 됐다. 약 사오십키로그램쯤 되는 것아라서 두팔로 안아다가 겨우 샘터로 가져 왔다
가져다 놓고 이리 저리 돌려도 보고 뉘어도 보고 거꾸로 세워도 보았다.
아니!!! 올레!!! 유레카!!! 눈이 휘둥굴해 졌다. 이럴수가.....
이렇게 세워 놓고 보니 삿갓 모습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갈물 먹인 낡은 도포 자락에 집 나선지 오래되어 우수에 젖은 듯 깊게 눌러 쓴 구겨진 삿갓이 그가 그렇게 세상에 가리려했던 얼굴을 깊숙이 가리고 이 잡던 속옷을 가득 넣어 부풀은 개나리 봇짐을 힘겹게 둘러 맨 김삿갓의 모습이 아닌가.
세워 놓고 좀 더 자세히 보고 또 보았다. 형상이 그렇다고 생각하고 보면 더욱 더 같아 보이는 것이 수석이다. 그 때의 감흥은 정말 뭔가를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흥분해서 가슴이 뛰고 잠시 숨이 차서 진정을 해야 했다
분명 진객이다. 나에게 찾아 온 귀한 김삿갓이다.
고마운 일이다. 이 작은 오두막에 첫 손님으로 김삿갓이 찾아 온 것이다.
일부러 조각해서 세워두고도 싶었던 간절한 그 분이 자연석으로 현신하여 나를 찾아 온 것이다.
가다가 물 한 잔 얻어 먹으려고 이 샘터를 찾은 것이다. 방주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보려고 물 한잔 청한 것이다.
그래 잘 모시자. 평소에 흠모하고 좋아하고 만나고 싶었던 가슴속에 품고 있던 최고의 댄디스트 김삿갓이 아리산방을 찾아 온 것이다.
아니, 같이 모시고 살자. 방랑하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찾아온 시선 김삿갓을 잘 모시고 함께 풍류 즐기면서 멋지게 한번 살아 보자
이렇게 하여 아리산방 샘터가에는 난고 김삿갓이 자리하고 있으며 오래도록 잘 모시고 같이 살려고 한다
*** 아리산방을 찾아온 김삿갓 사진들 첨부
*** 완성된 아리산방 ***
*** 아리산방 찾아 온 김삿갓***
*** 물 한잔 청하는 김삿갓 ***
*** 첫 술 한잔 앞에 놓고 ....***
*** 술 한잔에 시 한수.....***
*** 방주와 김삿갓의 대작 ***
*** 한잔술 앞에두고 시를 이야기하다 ***
*** 취흥은 돋아가고... ***
*** 깊어가는 취흥속에 방주와 김삿갓은 하나가 되어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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