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 / 박영대 아버지는 불편을 끝끝내 견디다가 가셨는데 난 아랫도리 마취를 시켰다 대물려 지켜온 참을성이 끊긴다 독이 퍼져 통증이 사라지는 걸 보면 내가 죽는게 확인된 셈인데 굳어가는 하체보다 초롱초롱한 정신이 더 설친다 꽁꽁 얼어가는 다리 내 살이면서 내 살이 아니다 마른 통나무 두개가 대롱거린다 산 윗도리와 죽은 아랫도리가 어긋나 있다 맞지 않는 나사처럼 이어지지 않는 나선형 어지러움 하반신 마비 체험 생살 도려내는 아프지 않는 상실 반평생 달고 산 미혹을 털어낸다 견딜만한 불편을 참아 가면서 그것도 인연이라고 맺고 지내왔는데 떨치는 고통없이 보내고 나니 엄한 아비처럼 야박하기도하다 이러다가 내 슬픔까지 마취되는 건 아닌지 - 2010. 7. 15 송도병원에서 Partial Anesthesia 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