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동행 그날 동행 박 영 대 혼자 나선 저녁 산책 기어이 따라오는 늙은 그림자 차도에서는 찻길쪽에 서고 굽은 길에선 갓길쪽에 서고 누렇게 물들어 어중간이 빛바래 갈 때 빈 솔방울 헛간처럼 달고 간신히 침엽수라는 체면으로 숱 성근 반백 지키고 걷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곁을 지키는 동행 구부정한 나는 분명 난데 키도 키우고 주름살 없애고 안쓰러워 백발도 검었네 자작시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