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하루치의 허비 어쩐지 쉽게 옆지기와 함께 아리산방을 찾았다 서리가 내릴 때가 되었으니 집안 단속을 해야한다나 뭐라나, 직접 와보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무우가 입맛을 동하게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뿌려둔 갓이 욕심 나리만큼 넓직한 잎을 풍선다발처럼 둥글게 하늘로 자라고 있다 올 때부터 작정하고 온 옆지기는 젓갈과 고추가루를 준비하고 왔다는 걸 보면 나는 그냥 온 것이고 저 사람은 마음 먹고 온 것이 분명하다 하루 종일 붙들려 집사람 김장 보조가 되어 가을날을 허비했다 무우 뽑기, 무우 다듬기, 갓 뽑기, 갓 다듬기, 무우 시레기엮기 . . . . . 우리가 다 먹기에도 넘치는 분량의 갓김치 김장 작업을 허리 뻐근하게 한 하루다 집사람 깊은(?) 생각대로 새봄을 기대하고 땅을 파서 고르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