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설국의 아리산방

아리박 2012. 2. 2. 03:49

설국의 아리산방

 

2012. 2. 1 강설 20센치미터

엊저녁부터 아침까지 온통 눈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누가 무슨 힘이 있어 하룻밤 사이에 세상을 바꾸어 놓았을까

이렇게 깨끗이 ...

 

 

처음 아리산방의 터를 닦은 의도가 잘 나타난 계절이 지금이다

날씨는 추워서 지내기는 불편하지만 외래객들 발길 뜸하고

구름과 바람. 달과 숲. 산.계곡. 돌네들의 이야기가 마을소식인 이 산중.

산새. 다람쥐. 산나물. 산열매가 가까이 있어 심심치 않은

그러고도 가금씩 다정한 벗 찾아오면 석간수에 차 우려 나눌만 하고

더불어 온 세상 시름 다 털고 풀 벌레소리를 시 한 절로 음미할 수 있으니

더할 위안이 없으리라.

 

    눈 바람 피해 굴 속에 몸을 피한 산짐승이나 땅 속 깊이 생명의 움 살려가며 엄동을 이겨내는 숲의 식구들이 다 내 산중 식솔이라 여기고자 함이라

이 산중에서 보고 느낀 것이 있어 글 한 줄이라도 끼워 맞춰 낸다면 삽삽한 청풍만큼은 아니어도 계곡물에 씻긴 바람 곁에 있었으니 티끌은 다소 털어냈으리니..  

 

 

 

   앞산을 안고 있는 모후산(두악산)이 풀 먹여 다듬은 설의로 갈아 입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편안하고 포근하다

  데크 위로 내려 앉은 눈이 정연하다

     

 

 

   올려놓을 수 있는 모든 것에는 곡예사의 손놀림마냥 소복하게 얻혀있다

  밤새 작은 다람쥐 한마리 자취를 남기고 무얼했는지..

  야외등 갓 위에 고봉으로 쌓은 눈이 머슴밥 푸듯 정겹다

 

 

텃밭 자리에도 눈밭을 만들어 놓았다

가꾸다만 이랑 모습이 수줍은 듯 아련하게 보인다

대나무로 성글게 쳐 논 울타리가 구불구불 늙었다

 

 

맨 먼저 이층 창문을 열고 바깥을 살펴 보았는데

밤새 알림판이 덩그렁거렸는데 그 판에도 눈이 쌓여 획 하나를 그었다

새벽같이 제설차가 지나면서 찻길만은 확보해 주었다

 

 

화단 양쪽에 소나무와 야외등이 하니씩 있는데 그 위에도 그득하다

무겁겠지만 털어주아야 하나 그냥 두어야 하나?

 

 

우물가에 업둥이로 가져다 놓은 자리돌이 허연 거품을 둘러 쓰고 있는 듯

저런 겨울 모습을 일년내내 볼 수는 없을까

추운 것이 아니라 포근하다

 

 

집 뒤로 이어진 뒷산

원시림이 우거져 있어 드나들기도 힘들다

관목들과 활엽수가 다래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산다

 

 

 

이층 남쪽 창문을 열면 아랫층 지붕이다

나즈막이 작은 쪽지붕들이 밤새 내린 귀한 손님 함박눈을 고이 모시고 있다

달 뜨는 밤이면 이 창으로 달빛이 찾아와 이야기 나눈다

 

 

대문앞에서 뒷산을 배경으로 보는 아리산방.

오른쪽으로 틈 나면 혼자서만 걷는 숲길이 나 있다. 가는 목적지는 없다.

빨간 우체통이 외갓 동네 기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