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고추의 일생

아리박 2010. 9. 19. 07:56

고추의 일생

 

 고추에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자라 밥상에서 청량한 즐거움을 주던 고추가 막바지에 병이 와서 괴로와 한다

 

다른 집에서는 농약을 몇번씩 쳤어도 우리 텃밭에는 약 한번 치고 않고도 씩씩하게 잘 자랐는데 요즘 들어 탈이 났다.

 

요 몇일 사이에 거의 모든 고추에 상처 같은 것이 생겨 전체로 번진다.

번져가는 상처를 보면서 매운 고추보다 더 매운 것이 있나보다하는 생각이 들면서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대로 두면 하나도 먹지 못한다고 해서 전부를 수확해 버렸다

 

아직  병이 번지지 않은 고추는 수확하고,  잎은 잎대로 따내 밑반찬 장조림용으로,  줄기는 모아 퇴비용으로 쌓아 둔다.

 

이렇게 해서 고추의 일생이 마감하는 것 같다.

 

태양초를 만든다고 아내가 빨간 고추만 골라 가을볕에 말려 보다가 안되고 일일이 실에 매어 말려도 안되고, 갖은 방법 동원해 보아도 어렵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체득하여 태양초 하나 못 만든다고 채근하는 나에게 반격의 기를 살려 준 고추의 살신지교(몸을 던져 기르침)?

 

그 동안 통통 튀는 쌀쌀함과  죽비같은 매콤함으로 정신 번쩍 들게 하여 맘을 가다듬게 하더니.

 

오래 두고 서리 내려 생명 다할 때까지 두고  보려 하였는데 초가을도 지나기전에 생을 거두려니 아쉽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명은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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