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부러운 마음과 존경스런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그분의 삶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준 사람은 이웃에 살던 한 여인인데,
그 또한 마음다운 마음을 지녔습니다.
그 며느리는 남편과 함께 부부교사이고 작은 며느리로서 시부모님을
모시다가 시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만 남았습니다.
이 가정의 모든 경제권은 시어머니가 주장하신다고 합니다.
한번은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며느리는 당연하게 화장실 달린
큰 안방을 어머니께서 쓰시도록 짐을 옮겼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버님도 안 계시는데 내가 그 큰방을 왜 가느냐고 하시며
너도 이제 화장실 달린 큰방에서 한 번 살아보라고 등을 떠미셨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정색을 하며 '어머니 방이 커야 우리가 어머님 방에서 놀고,
어머님 방에 자주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설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방에 농이니 침대니 새것으로 장만하여 드리고 온 식구가
거기서 TV를 본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는 가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온 오갈 데 없는 교포들을
한 두 달씩 데리고 살다가 내 보내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든든한 후원자라고 합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선생님인 며느리가 교육청에서 큰상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아 온 날 저녁에 어머니를 의자에 앉혀 놓고 큰절을 올리며
'어머니 덕분에 이 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라고 하였습니다.
손녀들이 받아와도 그 며느리 입에서는
'어머니 재가 어머니 닮았나봐요.' 하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가정이 새 차를 산 날 선생님 내외는 세 차를 가져와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가시고 싶은 곳을 말씀하세요. 오늘은 어머니가
어디라도 가실 수 있는 날이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네?'
새 차는 어머니가 제일 먼저 타셔야 한다는 며느리의 권유에
차에 오르셨습니다. 어머니는 꽃각시 시절 함께 예수님 믿고,
예수님 믿는다고 집안에서, 온 동네에서 함께 설움 받으며 살다가
일찍 홀로 된 형님 댁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형님, 이 차 좀 타세요. 형님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어디든지 갑시다.
얘들이 오늘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말고 얘기하세요.'
새 차 산 날의 그 집 풍경,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 형님 되신다는 분의 며느리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 준 분입니다.
세상 아무리 변하고 사람들 마음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이런
옹달샘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시어머님도 유명한 효자이셨다는 데 이런 말씀을 하였답니다.
'좋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누군들 못하겠느냐. 까다롭고 고약하고
괴팍한 부모님께 잘하는 것이 정말 효자지.' 하시며, 어느 동네에
효자가 있다고 하면 당신의 아들 데리고 정종 한 병과 소고기를
사 들고 찾아보곤 하였답니다.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 효 자(字)도 꺼낼 수 없는 불효를
자행했음을 고개 숙여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입니다.
그러나 나도 효자들이 좋아 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