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화 시인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영면에 들다
김규화 한국현대시인협회葬 장례식장인 고려대학교안암병원을 출발한 장례버스는 찬 바람속에 5시의 새벽을 깨우고 출발한다
서울추모공원에서 육신을 사르고 한 줌의 재가 된다
그 동안 사랑했던 가족과 친분과 인연, 평생 매달렸던 불꽃 같은 시는 어찌 되었을까?
영혼과 함께 영생하는 천국에서 지구살이를 가끔씩 추억하는 별이되어 깜박이지 않을까
한 줌의 재가 되어 한지에 싸여 나온 재는 이미 한 마디 소리 같이 허공속으로 흩어진 후의 고요다
그것은 삶의 순번을 지나 과거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이다
대전현충원에 도착하여 접수처에 들리니 대기차량이 선도하여 안내한다
7묘역 707묘판 67364 번호에 3년전에 모신 문덕수 부군이 기다리고 있다
옆구리쯤에 김규화 시인의 마지막인 재가 자리를 잡는다
고인을 추모하는 모든 이들이 애틋한 마음을 흙 한 줌으로 바꿔 덮는다
다시는 고인의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며 눈이며 시며 모습을 다시 뵐 수가 없다
하늬바람 지나가는 흔적처럼 느끼려고 애쓰지 않으면 감촉도 잡기 어렵다
이제 고인과의 인연은 그렇게 멀어지고 희미해지고 가벼워졌다
다시 뵙고 싶으면 시간과 장소를 희미한 과거에로 돌려야 한다
다행히 시가 있어서 고인의 시를 다시 찾아 일을 때 시인은 살아나실 것이다
순간이 움직인다 / 김규화
바람이 불면 순간이 움직인다
바람이 여러 번 불면 순간이 순간으로 이어지고
끝없는 실이 되어 밤하늘로 날아간다
하얀 살갗이 검어지고
검은 머리가 희어진다
숨가쁘고 찡그린 얼굴이 금세 다가오고
숨고르고 웃는 얼굴이 금세 사라진다
실바람이 순간에 머물고
설악산 흔들바위 얼굴에 이끼를 피운다
멍멍이가 바위를 흔적도 없이 밟고 간다
발맞추는 시간이 많아지면 숨막히는 나의 탱고
다마스크 물결에 맞추어 춤을 추는
- 시문학 2023년 2월호(통권619호)에 실린 마지막 김규화 시인의 시 : 순간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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