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귀퉁이 / 박영대
몸에 맞춘 별빛자락을 들쳐 입고 새벽에 이끌려 간다
안개는 열차 호주머니 속 유년을 꺼내 바스락거린다
낯익은 이름은 겨를도 없이 가까운 풍경처럼 스쳐 떠나가고
엊저녁 먹다 남은 달빛은 일찌감치 일어나 앞장선다
주름이 피어 앉은 가방에는 선잠을 깨운 이유와
궁금할 것도 없는 도착시간이 달랑거리고 있다
허기진 계절과 흠집 난 여정을 챙겨 나온 어둑어둑한 시간
입김이 펼친 유리창에 눌러 써 보는 손가락 글씨
뭉친 앙금에서는 달방울별방울 어둠 엷어지는 소리
쫓기는 여명의 페이지에 꽂혀있는 책갈피의 위로
곧게 뻗은 직선은 내가 입었던 어울린 옷이었을까
읽다가 접어둔 그 대목은 어느 역 이름이었는지
흔들리는 시간에 떠밀려 함께 흔들리는 검푸른 질주
낯선 체면들이 얼굴 트고 구석진 이야기 꺼내놓을 때까지
숨 찬 바퀴는 덜컹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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